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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THE ISSUE3] 플랫폼 기반으로 지속성 확보해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의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을 활용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이 비영리 기구나 인도주의 활동 기구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가치가 있는 대의명분 실현을 위해 기업의 제품 판매나 마케팅 활동에 공익활동을 연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및 고객의 대의마케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대의 마케팅을 다루는 CSR 캠페인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졌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에서 이같은 CSR 캠페인을 담은 영상을 접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롭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유수의 기업과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성공적인 캠페인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TrueMove - 기부가 가장 좋은 의사소통입니다(Giving is the best communication) 캠페인 (출처: TrueMove 유튜브)

 

 

수년전, 태국의 이동통신기업 트루무브(true move)가 자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홍보를 위해 제작했던 ‘기부가 가장 좋은 의사소통입니다(Giving is the best communication)’ 캠페인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미디어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성공적인 캠페인은 해당 기업과 아이디어를 기획한 광고대행사에게 세계적인 광고제에서의 수상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기도 한다.

 

 


고객의 지속적인 참여가 성공의 관건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캠페인들은 단시간에 미디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주목시키기 위한 일회성 캠페인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미디어를 통해 캠페인이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기간이 종료되고 나면 대중으로부터 잊혀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비영리 기구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거나 사회적 문제해결이라는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단기간에 도출된 아이디어와 제한된 매체비용으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과 지속가능성의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일정부분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제한된 여건에서 성공적인 결과와 변화를 만들어내는 캠페인들은 고객의 지속적인 참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고객이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익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플랫폼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판매되거나 제공되는 프로세스 전반 또는 어플리케이션 등이 해당된다고 하겠다. 기업의 본질이 제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을 통해 소비자의 편익을 제공하는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플랫폼에서 사회공헌 활동이 이루어져야 캠페인의 성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신용카드사 ‘버스정류장 $1 나눔’ 캠페인

 


 

 

 

외국의 한 신용카드 업체가 거리의 버스정류장과 광고판에서 한 비영리단체와 함께 진행했던 캠페인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배고픈 사람들의 모습 바로 옆에는 먹음직한 빵과 고기 등이 노출된 모니터를 버스정류장과 시내 광고판에 설치했다. 이때 화면에 빵과 고기 위로 ‘잘라 보세요’ 라는 문구나 나오고,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이 화면 사이로 노출된 결제창으로 신용카드를 긁으면 $1가 결제되고, 빵과 고기가 잘리면서 배고픈 사람들 쪽에 있는 접시에 담기는 모습이 연출된다. $1라는 작은 나눔으로 누군가에게 따뜻한 음식을 선물할 수 있다는 ‘나눔’의 의미를 전달하는 캠페인으로 캠페인 소개 당시 유튜브에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광고판은 캠페인 종료와 함께 바로 철거되었으며, 단 $1에 불과한 작은 액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리에서 기부에 참여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뒷 이야기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버스정류장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를 스와이프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심리적 저항감을 형성할 수 있음을 감안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Grab ‘리워드 포인트 기부’ 캠페인

 


 

 

 

 

동남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방문해 본 한국인이라면, 동남아를 대표하는 차량 공유 플랫폼(Ride-hailing Platform) 그랩(Grab)을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종의 동남아판 우버라고 할 수 있는데, 2012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 재학중이던 말레이시아 출신 앤서니 탄(Anthony Tan)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아온 외국인 친구가 택시를 사용하며 느낀 불편함을 듣고 창업한 회사이다. 2018년 현재 약 6조원, 2020년에는 약 22조원으로 추정되는 동남아 차량공유 플랫폼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고객이 그랩 앱을 통해 택시나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고객의 계정에는 이용 시간과 요금에 따라 리워드 포인트가 적립된다. 리워드 포인트는 다음 번 차량이용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나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간단한 식음료를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자신의 리워드 포인트를 인도주의 활동에 기부할 수 있는 메뉴를 신설, 고객들이 포인트를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동남아 전역을 시장으로 하는 그랩은 국제적십자사 적신월사연맹(IFRC: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과 사회공헌 협약을 체결하고 사용자들이 적십자사에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과거 기업이 일회성으로 기부했던 액수와 맞먹는 금액이 단 1~2달만에 고객의 참여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무엇보다 고객의 참여를 통해 국제적십자사는 이같은 기부가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중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국제 비영리기구들이 1명의 개인후원자를 만들고, 그들에게 기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비하는 재원과 수고를 감안할 때, 이것이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새삼 알 수 있게 된다. 

 

 

 


롯데멤버스 ‘착한 장보기’ 캠페인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롯데멤버스가 제공하는 엘포인트앱은 그 사용자 수가 2,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멤버십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엘포인트는 회사 창립을 기념해 창립 1주년부터 앱 사용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착한 캠페인’을 실시했는데, 기존의 다른 기업들이 실시한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3주년을 맞아 진행한 착한 장보기 캠페인은 대홍기획이 기획하고, 롯데슈퍼가 참여한 캠페인이었다. 전국의 롯데슈퍼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특정 상품을 구매하고 L.pay로 결제하는 경우 기부금이 적립되어 대한적십자사의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에 기부되는 방식이었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어느 지역의 고객이 더 많이 참여해 얼마나 더 많은 기부금이 적립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 엘포인트 착한 장보기 이미지

 

 

결과는 흥미로웠다. 캠페인 시작 2주만에 전국적으로 약 20만명 이상이 참여해 4,000만원의 기부금이 적립되더니, 캠페인 기간 1달이 종료되고 나서 약 40만명 가까운 고객이 참여해 1억원 가까운 기부금이 모아지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캠페인은 그랩처럼 상시적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고 캠페인 기간인 1개월 동안 운영되었지만, 대한적십자사가 유니세프나 월드비전에 비해 일반 개인고객에게 노출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 브랜드라는 점을감안하면, 40만명이 넘는 고객의 참여로 조성된 1억원 가까운 기부금은 기존의 다른 기업기부금 1억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LINE ‘Pray for Japan’ 캠페인

 


 

 

 

 

이런 플랫폼 기반의 공익캠페인은 지난 수년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어 왔다. 2011년 2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동일본대지진 당시, 우리나라의 메신저 서비스인 LINE은 전세계의 1억명 가까운 사용자를 대상으로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를 돕자는 의미의 ‘Pray for Japan’ 캠페인을 진행했다. 메신저 서비스사용자라면 누구나 익숙한 스티커 판매를 통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쉬운 방법으로, 당시 스티커 1개의 가격은 한화로 100원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 LINE ‘Pray for Japan’ 캠페인(출처: LINE Official Blog)

 

 

LINE이라는 플랫폼을 통한 공익연계 캠페인이 거둔 성과는 놀라웠다. 단 1주일만에 100만달러에 가까운 기부금이 모인 것이다. 누적 참여자수를 환산하면 약 900만명 이상이었다고 하니, 실로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사용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카카오톡의 경우도 앱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연말연시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유니세프 등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1달이라는 캠페인 기간 동안 카카오톡 사용자 80~90만명 이상이 평균 1,000원 이상을 기부해 지구촌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조성된 기부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용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잠재 고객군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캠페인은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콘텐츠가 좋고 캠페인 아이디어가 신선해도, 기존에 구축되어 있는 플랫폼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일회성 반짝 캠페인으로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연계 캠페인의 플랫폼 활용이라는 명제를 생각하며, 과거 미서부의 골드러시 시대에 정작 금을 발견해 성공한 사람들 보다는, 골드러시 행렬이 모이는 길목에서 청바지를 팔던 리바이스, 샌드페이퍼를 판매하던 3M이 사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민준호 팀장 / 대한적십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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