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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THE ISSUE1] 평판과 사회공헌의 개념을 바꾸다

 

스마트폰과 급격한 기술의 진화, 페미니즘과 새로운 습관은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옛 관행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지만 새로운 시간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여기’라는 다른 시대를 옛 경험으로 지배할 수는 없다. 과거 오너가 경험한 세계, 회사 선배가 익숙한 시간은 이미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오늘 이 시간은 새로운 규칙이 있을 뿐이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워런 버핏이 얘기했다.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평판을 잃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고. 일단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나비효과와 혼돈(Chaos). 전에는 그저 해프닝으로 막을 수 있는 사건사고였을 것이다. 언제든지 삭제하고 나가기를 실천할 수 있는 텅 빈 대화방에 하나둘 모이더니 직원 2,000여 명이 모였다. 그들은 사적인 오너가 좌지우지하는 회사를 부정했다. 그들은 공적인 회사를 보고 싶어 했다. 그들은 가면을 쓰고 광화문에 나가 싸운다.  

 

 

 


진실의 등장은 어렵게 사모은 평판을 순식간에 바보로

 


 

 

 

변화된 규칙과 기술은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전이된다. 2016년 우리 정부가 스위스와 맺은 조세협정은, 혐의가 있을 경우 스위스에 빼돌려진 해외 자금과 관련된 자료를 국세청이 요청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다. 투명하게 공개된 자료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 찾거나, 누구나 알 수 있는 작업 진행 결과를 누가 숨길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더욱 투명해졌다. 예전에 덮을 수 있던 사건 사고들은 이제 덮어지지 않는다. 사정기관의 직원들과 간부들은 이제 정무적 판단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을 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을 할 사람은 이제 없다. 기술의 발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러한 진실의 등장은 거짓으로 사모은 평판을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어느 중견 기업의 첫 미팅 자리였다. 30여 년간 괜찮은 기업을 운영해왔다고 생각하는 오너가 있는 기업에 노조 문제가 생겼다. 정확하게는 노조가 생겼다. 오너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었다. 전문경영인과 임원들은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무법인, 법무법인, 홍보에이전시를 썼으나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의 정체성이란 창업가의 생각이 아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른 답은 없을 거라고 했다. 그 뒤로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설득에 실패했을 것이다. 사회가 움직이는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러저러한 자랑거리를 공적인 통로로 뿌려도 여론은 부러워하지 않는다. 다른 직원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블라인드 앱, 카톡 대화방에서 기업이 내보내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법 자산과 인력 규모가 커진 기업을 방문했다. 사회공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얘기가 좀 이상했다. 포장은 되어 있지만 기업의 본업과 무관한 회장의 사회적 관계를 기반으로 선심 쓰듯이 사회공헌을 논의하고 있었다. 사회공헌은 회장의 품위유지와 동문을 위해서 준비된 것이 아니다. 사회적 과시를 위해서도 아니다. 사회공헌은 보험도 아니며 시혜는 더더욱 아니다. 기업을 사유화하고 사회적 본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기술, 제품, 서비스와 더불어 기업문화, 내외부 평판과 여론 등이 합쳐져 기업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기업은 사회적 존재이고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정체성이다. 이것이 밖으로 연결되는 것이 사회공헌의 시작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재미난 사례를 전해 들었다. 스웨덴 자동차회사 볼보코리아가 자체 블로그에 지난 3월 7일 ‘브랜드이야기 시리즈’로 올린 내용이다. “2635명의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와 정부가 알선한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가 경영이 정상화되자 다시 볼보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2012년까지 2년 만에 60%에 이르는 총 1556명이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해고한 노동자의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울 수 없는 스웨덴의 법도 한 몫 했지만, 볼보는 볼보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라면 백번도 들어줄 수 있다. 기술, 제품과 서비스 이외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기업을 구성하고 평판을 좌우한다. 사회적 공헌은 이런 정체성과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살아난다.


중국의 지리 자동차가 볼보의 지분을 인수해 투자를 하고 수혈을 하면서 8년만에 볼보는 새롭게 거듭났다고 한다. 볼보의 모토인 ‘안전’과 고급스러운 볼보 브랜드를 그대로 살리기로 결정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 또한 훌륭하다. 기업에는 이제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관계,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위해 대중 전략(평판관리)을 전통적 경영 전략에 반영했는가? 여론 전쟁에 대비할 시스템을 확보했는가? 사회적 관계와 명분은 축적되어 있는가? 훈련된 인적 자원과 실제 상황에 대비를 했는가?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면 새로운 세계를 수용하라.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 누런 소만 보이던 평원에 갑자기 보랏빛 소가 등장한다면 얼마나 새롭고 특별하겠는가. 사회공헌과 평판도 마찬가지다. 정성을 다해 특별하고 좋은 기업을 만들어라. 정체성이다. 그러면 내부의 충성자들과 외부의 영향력자들이 결합하게 될 것이고 다수의 영향력자들이 이를 실어 나를 것이다. 나쁜 일이 생기면 나서서 방패로 막아줄 것이다. 의무감으로 사회공헌 액수를 맞추거나 위장술로 위험과 잘못을 포장할 필요가 없다. 좋은 평판은 좋은 정체성에 따라오고 사회공헌은 이를 사회와 연결하는 일이다.

 

유민영 대표 / 에이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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