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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d-Issue

[THE ISSUE2] 착한 기업이 오래간다


CSV인가, CSR인가?

 


 

 

 

우리는 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가? 그냥 불법 안 저지르고 돈 잘 버는 것도 벅찬 일인데 사회적 책임까지 챙기라니?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게 아닌가 하는 볼멘 소리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업이 존재하고 성장하는 텃밭인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으니 그에 대한 ‘Give and Take’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Give and Take’에도 철학이 다른 두 접근이 있다. 어떤 이는 이런 책임을 지는 마당에 보다 비즈니스적인 활용도를 높여가자는 차원에서 비즈니스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융합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기업이 성장할수록 부정적인 여파들이 크고 이를 치유하는 사회적 책임이 더 긴요하다는 반대편의 사람들 얘기도 있다.



마이클 포터가 유행시킨 CSV는 승자독식의 미국식 자본주의, 즉 효율과 성과를 우선시하는 입장에 서있는 관점이라면, 부정적 여파를 완화하고자 하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소위 전략적 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유럽식 자본주의에서 많이 나오는 주장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 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는게 바람직할까? 우리가 잘 나갈수록 그늘이 짙은 부분이 있다는 점, 이 부분을 생각한 다면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얘기를 가려서 할 줄 아는 분별력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좀 원론적인 얘기로 시작했지만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며 살라’는 정도로 이해해보자.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아야 모든 기업활동에 대해 이해관계자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신뢰자본이 부족한 기업들은 사사건건 이해관계자들에게 시비를 당하고 문제를 풀어가는데 많은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글로벌로 나가면 사업 잘하고 돈 잘 번다는 얘기만으로 파트너쉽이 쉽게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착한 기업으로 믿음을 얻게 되면 많은 좋은 효과가 따라온다. 나쁜 일이 터져도 ‘상황이 어쩔수 없어서 그랬겠거니’하며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착한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원래 나쁜 기업이라 그렇다 고 계속 손가락질 받기 일쑤다. 선순환에 서느냐 악순환에 서느냐를 좌우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이다.

 

 

 


전략적 방향성, 선택과 집중이 중요

 


 

 

 

그런데 우리는 그간 이런 CSR의 순효과를 크게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유한킴벌리같은 회사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누구나가 다 아는 CSR로 자리잡았다. 유한킴벌리는 반면교사다. 30여년 넘게 한 방향, 하나에 집중에서 한목소리를 내왔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확고한 인식을 획득한 것이다. 결국 전략적 방향성과 선택과 집중이 CSR 순효과를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다.



이런 반성으로 지난해 우리 그룹은 사회공헌의 전략적 방향성을 하나로 잡았다. 여성과 아동에 집중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과 우리 그룹이 잘할 수 있는 방향을 일치시키고자 했다. 지향점을 분명히 하는 캐치프레이즈를 설정했다. ‘나눔과 상생으로 함께하는 세상’. 이를 우리가 집중해서 실천해야할 가치로 3대 핵심가치를 잡았다. ‘행복한 가정’, ‘따뜻한 동행’, ‘꿈꾸는 내일’. 우리사회에서 가치롭고 풍요로운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여성과 아동을 우선 응원하고 지원하는 뜻이 이 3대 가치에 녹아져 있다.

 

 

 

▲ 롯데그룹 워킹맘을 위한 <맘편한 힐링타임> (출처: 롯데그룹 유튜브)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그룹 비전을 바탕으로 롯데 그룹이 보유한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방향성이다. 이런 방향성에서 롯데하면 딱 떠오를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여성ㆍ아동 지원 사업을 브랜딩한 ‘mom편한’ 사업을 확대 발전시키고,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ㆍ아동 문제에 적극적으로 답하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여성ㆍ아동문제에서 가장 취약하며 핵심적인 문제 고리인 ‘한부모 가족’의 자립, 회복을 지원하는데 우선 집중하려 한다. 더 나아가 단순한 기부ㆍ지원을 넘어 그룹의 인프라 사업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모색하고 있다. BU나 계열사들과 협력하여 여성의 자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mom편한 스토어, mom편한 마켓이 그 예이다. 아동분야는 mom편한 육아나눔터 등 그간의 시설지원을 넘어서 지역아동돌봄 등 요즘 저출산 원인인 돌봄, 양육 문제에서 그룹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자 한다. 이들 사업들은 하나의 테마를 공유하며 BU와 계열사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형식으로 그룹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BU와 계열사들은 이런 테마를 공유하며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전개할 수도 있다.

 

 

 


안팎으로 일관된 진정성이 핵심

 


 

 

 

이런 움직임은 하나의 작은 시작, 몸짓일 뿐이다. 더욱 사회공헌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이해관계자로부터 두루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 롯데그룹 플레저박스 <함께가는 친구 '사회자립청년 편'> (출처: 롯데그룹 유튜브)

 

 

 

첫째, 방향성과 사업 프로그램간의 통일성ㆍ일관성 못지않게 커뮤니케이션도 통일성ㆍ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간 우리는 너무나 다른, 뿔뿔이 흩어진 목소리를 내왔다. 이제는 단일의 목소리(Single voice)를 내야한다. 같은 주제, 같은 화법을 공유하며 결집된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거둬야 한다.

 



둘째, 사회공헌ㆍCSR에 대한 전략적 중요도를 경영의 핵심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공헌ㆍCSR은 기업경영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사회적 비판을 막고 피하는 일시적 방패물도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의 중요한 영역으로 받아들이며 기업지속성장의 핵심요소로 받아들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사회혁신에 기여하는 전략적 CSR을 생각하고,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같은 전 세계적인 어젠다를 받아들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접목하려는 시도들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셋째, 우리 안의 시각에만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된다. 밖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듣고 그에 맞추어 더 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우리가 먼저 발벗고 나서서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그 어떤 존재보다 인프라와 자원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진정성이 없으면 모든 게 헛수고이다. 작은 것이라도 진정성이 있어야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CSR 관련 연구를 보더라도 나쁜 평판(Bad reputation)을 가진 기업의 경우 강력한 조절변수는 지각된 정직성(Perceived honesty), 진실성(Sincerity)이다. 이미지가 나쁠 때는 항상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그럴수록 분명한 의도를 말하고 진정성을 전달해야 한다. 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고 중간에 말과 행동을 바꾸면 안된다. 밖으로뿐만이 아니다. 안에서도 내부끼리도 그런 진정성이 있어야 ‘밖으로 showing만 하고 있다’는 시니컬리즘을 깨고 마음이 뭉쳐질 수 있다. ‘Shared Hearts Create Value’라고 기업문화 슬로건을 최근 공표했는데 Shared Hearts의 근간은 안팎으로 일관된 진정성이다. 그래야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이렇듯 언행일치, 일관성(Integrity)은 안과 밖을 모두 관통해야 할 핵심 행동원칙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기업의 능력(Ability)보다는 의도(Intention)를 먼저 본다. 더 깊게는 그 기업의 따뜻함(Warmth)을 본다. 능력이 처지고 의도도 나쁘면 사람들은 그 기업을 경멸(Contempt)한다. 이렇게 앞으로 더 신경 쓰며 발전시켜 가야할 부분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우리의 진정성을 올곧게 소통하는 것은 CSR 커뮤니케이션이 본격적으로 도전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다.

 



지난해 대홍기획과 함께 새롭게 시도할 여러 아이디어들을 같이 작업했다.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대홍기획이 단순 영업회사(Accounting company)가 아닌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회사(Solution company), 더 나아가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회사(Good solution company)로 거듭나는 가치 있는 작업이었다. 이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안고사는 약자, 여성과 아동을 위한 그룹의 사회공헌, CSR이 잘 소통될 수 있게 CSR 커뮤니케이션이 진실되게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힐링캠프를 소재로 한 브랜드 캠페인 소재도 하나 나왔다. 더욱 진정성이 잘 전달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잘 알리고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캠페인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같은 일관되고 장기적인 캠페인으로 롯데의 사회공헌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착한 기업이 오래간다.

 


 

오성수 상무 / 롯데지주 사회공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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