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우성 / 시인, 컨텐츠 에이전시 <미남컴퍼니> 대표
‘무야호’가 유행이란 이야기를 듣고 ‘그게 뭐지?’ 속으로 생각했지만,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톡방에서 한 친구가 무야호 짤 올린걸 보고서야 아, 이거, 어렴풋이 눈치챘는데, 그 순간에도 정확하게 이해는 못하고 ‘야호를 저렇게 표현하나’ 정도 짐작했다. 마침 누군가 물어봐 주었다. “뭐야? 야호야?” 덕분에 더 알게 됐는데, 아직 모르겠다. 무야호가... 뭐야?
몰라서 묻는 거 아니다. 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별 의미 없다는 것이다. 친구랑 메시지 주고받을 때나 단톡방에서 이야기 나눌 때 어느 순간 분위기가 확 뜨면, 무야호 짤을 보낼 수 있다. 야호, 라고 환호성 치고 싶을 때 사용해도 되고, 또 언제 사용할까? 음, 한동안 연락 없는 친구에게 무야호 짤을 보낼 수도 있겠다(이렇게 설명하는 거 자체가 ‘무야호’스럽지 못하지). 나는 지금, 새 대륙을 찾아 떠나는 배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따지고 보니 의미가 없으며, 의미가 없으니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의미가 없다는 게 의미고, 의미를 묻는 것 자체가 무야호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이라는, 뭐랄까, 그냥 아저씨 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고질병이다. 밑줄 그은 단어의 의미를 고르시오, 같은 말도 안 되는 시 독해 문제가 있을 정도니까. 인간은 고질병을 안고도 잘 살았다. ‘의미’를 묻는 데서 더 나아가, 과거에 소비된 컨텐츠가 다시 등장하고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한 의미까지 굳이 분석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그럴듯한 이유를 늘어놓는다. ‘의미’ 있는 일이고, 일리도 있어 보인다. 딱히 그걸 부정해야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가 없어서 의미 없이 주목받은 것들의 의미를 묻는 것이 우문우답 같다.
내 기준에선 브레이브걸스 롤린 열풍도 딱히 의미는 없어 보인다. 진정성이 통했다느니, 좋은 컨텐츠는 재평가를 받는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끼워 맞추기다. 사람들은 언더독이 성공하는 걸 보고 싶어하고, 브레이브걸스는 우연히 발견된 언더독이었다. 때마침 이들에겐 미담이랄 게 있었다. 좋게 보면 모든 게 좋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다. 운은 좋았다. 롤린이 회자되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이 학폭이나 인성 등에 관한 부정적 이슈가 없었다. 시기를 감안하면, 굉장히 운이 좋은 거 아닌가?
무야호와 롤린 말고도 난데없이 인기를 끄는 것은 많다. LG텔레콤 브랜드 마스코트 홀맨도 돌아왔다. 딱히 기다린 이들이 있었던 것 같진 않은데 돌아온 걸 보니 반갑기는 하다. 홀맨은 지금 이곳에 있어서 새롭다. 천마표 시멘트 팝콘 같은 것도 있다. ‘천마표 시멘트’는 꽤 낯익은 이름이다.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도 적다. 대중적이라면 대중적인데 편의점에 나타났다. 다행히 시멘트는 아니다. 역시, 지금 이곳에 있어서 흥미롭다.
이름 좀 알려진 브랜드는 다들 자신의 오래된 창고를 뒤지며 ‘아, 뭐 좀 바꿔서 내놓을 만한 게 없나’ 찾고 있을 것 같다. 이런 것들을 모아놓고 관찰하면 경향성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데 ‘레트로’는 이미 그 자체로 낡아서 ‘트렌드’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저 어떤 우연의 결과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는 트렌드의 일부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뭐, 그럴 수 있겠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껴서 돌아온 것들을 좋아한다. 최신은 가장 새로운 것을 뜻하는 단어인데, 국어사전에서 의미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 낯설게 느껴지는 것’ 정도로. 의미라는 게 이렇게 불완전하다.
오히려 나는 이런 지점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뒤샹이 변기를 미술관 전시장 안에 가져다 놓은 것. 변기도 미술관도 새롭지 않은데, 미술관에 놓인 변기는 ‘그때’ 새로웠던 것. 다시, 새롭다는 것은 뭘까에 대해 생각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한데, 따지고 보면 늘 그런 시점이었을 것이다. 싫증은 생명의 본질이니까.
이야기가 영 딴 데로 와버린 거 같은데, 조금 더 딴 데로 가자면, 유재석이 여전히 국민 MC라는게 나는 엄청 놀랍다. 숱한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회자되는 와중에 예전에 인기가 많았는데 줄곧 인기가 많았고 지금도 인기가 많은 것이 있다니. 유행의 흐름을 이탈해버리는, 신화에 가까운 존재. 유재석을 검색하면 소속 그룹이 ‘싹쓰리’라고 적혀있다. 유재석은 싹쓰리에서 이효리를 소환했고, ‘환불원정대’로 엄정화를 소환했으며, 과거 예능의 정점이었던 ‘천생연분’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트로트도 불렀다! 엄마도 유재석을 알고 조카도 유재석을 안다. 우연이라거나, 어쩌다 됐다는 식으로 설명이 안 된다. 의미가 있을 것이다. 굳이 돌아올 필요 없이 우리와 동시대에 있던 유재석을 연구하는 것이, 돌아온 것들의 의미와 ‘의미’를 이해하는 선명한 방식이 되지 않을까? 이 과정에 얽힌 정서는 MZ세대가 이해 못할 특별한 것이다.
뜬금없이 내놓고 싶은 음모론 하나. 작금의 문화가 혹시 유재석을 비롯한 몇몇 뛰어난 엔터테이너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태호 PD 같은 사람,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PD나 이우정 작가 같은 사람들. 그들이 어떤 시점을 지금 여기로 소환하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의도는? 음, 그런 건 찾지 말자. 그냥, 별 의미 없이 하는 얘기니까! 이럴 때 하는 말이 있다. 무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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