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디지털솔루션3팀 장한솔 CⓔM
K-POP 아이돌에게는 사실 어느 정도의 성공 공식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지리스닝, 청량, 풋풋, 첫사랑 등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그룹들이 성공한 사례가 많기 때문인데요. 다만 이렇게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도 정체성의 가치를 뻗어 나가며 그룹색을 구축해나가는 그룹들이 있습니다. 핵심은 바로 ‘SNS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이색 프로모션’입니다.
최근 K-POP 아이돌들은 SNS와 디지털 매체를 단순 홍보 채널이 아닌 팬과 대중이 함께 즐기고 놀 수 있는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억지스러운 세계관 소구 없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명확하게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방식. 브랜드도 참고할만한 요즘 K-POP 식 디지털 프로모션 사례 5가지를 살펴봅니다.
NCT 마크, 당근마켓에서 ‘영어 첨삭’을 판 이유
2025년 3월, NCT 마크는 첫 솔로 앨범 <The Firstfruit> 발매를 앞두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이색적인 컴백 프로모션을 펼쳤습니다. ‘영어 첨삭 서비스’를 판매하는 가짜 거래글. 게시글은 ‘대학 과제도 첨삭해 드립니다’, ‘초등학생도 환영합니다’ 같은 실감 나는 문구로 꾸며졌고 프로필 사진은 마크 본인의 셀카가 아닌 과외 선생님을 연상케 하는 깔끔한 증명사진으로 설정했습니다.
단순한 밈 장난 같지만 실제 팬들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까지 당근마켓에서 게시글을 스크린샷하며 SNS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마크의 영어 실력을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으로 유입됐고 곧 마크의 솔로 앨범 발매와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화제를 모았습니다. 무엇보다 브랜드 공식 계정도 아니고 광고 같지 않은 ‘생활형 바이럴’이라는 점이 SNS 유저들의 관심을 자극했습니다.
이번 프로모션은 기존 팬덤을 넘어 대중적 화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리한 세계관 강요나 억지스러운 스토리텔링 없이 마크 개인의 캐릭터성과 생활밀착형 커뮤니케이션만으로 대중과 접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NCT WISH, 가상 기업 ‘위시젤리’ 채용으로 팬덤을 움직이다
NCT WISH는 미니 2집 앨범 <poppop> 컴백을 맞아 팬덤을 가상의 ‘위시젤리’ 기업 신입사원으로 설정한 색다른 프로모션을 펼쳤습니다. 시작은 서울 시내버스 광고였습니다. ‘위시젤리와 함께할 인재를 찾습니다’,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갈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는 얼핏 보면 진짜 채용공고처럼 보였습니다. 팬들은 이를 인증하며 SNS에서 자발적으로 화제를 만들었고, 이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구글드라이브 내 이력서를 직접 작성하는 참여형 콘텐츠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멤버 시온이 ‘위시GPT’에게 연애 상담을 받는 트레일러 영상, 멤버 사쿠야의 ‘신입사원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는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연결되며 팬들의 몰입을 이끌었습니다. 팬덤의 놀이가 SNS에서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설계된 이 기획은 억지스러운 세계관 대신 팬들이 ‘같이 놀 수 있는 장치’를 정교하게 짠 점이 돋보였습니다. SNS가 아니라 팬덤을 통해 만들어낸 입체적 화제성의 사례였습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사랑의 언어를 심리테스트로 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LOVE LANGUAGE> 앨범을 발표하며 팬들이 직접 연애 성향을 테스트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단순한 MBTI형 테스트가 아닌 팬이 직접 연애 취향 문제지를 만들고 이를 친구에게 풀게 하는 방식. 결과적으로 ‘나’와 ‘너’의 소통이라는 앨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했습니다.
이 테스트는 출시 직후 SNS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팬덤을 넘어 일반 사용자들까지 참여해 13만 회 이상 공유됐고 각자의 테스트 결과가 밈처럼 소비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포인트는 억지스러운 브랜드 메시지 주입 없이 ‘놀이’ 자체로 브랜드를 체험하게 만들었다는 점. 콘텐츠로 화제를 만들고, 놀이로 퍼트리고, 공감을 각인시킨 교과서적 확산 전략이었습니다.
KiiiKiii, 얼굴 없는 디자인 감성으로 젠지를 사로잡다
신인 그룹 KiiiKiii는 데뷔 전부터 얼굴 노출 없이 SNS 아트워크로 정체성을 구축했습니다. 연필심에 새긴 KiiiKiii 레터링, 키치하게 재해석한 레인보우 케이크 이미지 등은 마치 디자인 아카이빙 계정을 보는 듯한 무드를 줬고 젠지 타깃층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누구지?’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SNS를 통해 확산됐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전략이 오히려 화제를 만드는 장치가 된 거죠.
이후 ‘잼공장’ 컨셉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팬 참여형 체험 콘텐츠가 이어졌습니다. 각 수록곡마다 뮤비 비하인드, 드라이브 비주얼, 추억의 옷 입히기 게임 등으로 확장된 체험은 팬들이 스스로 세계관을 탐험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티징이 아닌 팬덤의 체험 욕구를 정밀하게 겨냥한 전략으로 젠지 타깃층의 관심을 사로잡은 사례입니다.
샤이니 키, B급 점술관 ‘Mr. Freak’으로 만든 SNS 놀이
샤이니 키는 일본 싱글 앨범 발매와 함께 온라인 점술관 ‘Mr. Freak’을 열었습니다. 타로카드와 수정구슬을 활용해 팬들의 고민을 점쳐주는 이 사이트는 B급 감성, Y2K 무드로 꾸며졌습니다. 팬들은 직접 고민을 입력하고 엉뚱한 점괘 이미지를 받아보며 놀이하듯 콘텐츠를 소비했습니다.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싶다’는 고민에 ‘세 시간쯤 잠수 타’ 같은 엉뚱한 답변이 돌아오는 식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일본 싱글임에도 한글을 함께 지원하고 점괘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링크를 복사하는 기능까지 세심하게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팬들은 점괘 이미지를 모으며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퍼뜨렸고, SNS에서는 밈처럼 확산됐습니다. 키 특유의 캐릭터성과 앨범 컨셉을 연결하면서도 팬덤 놀이와 대중적 화제성을 모두 잡아낸 영리한 프로모션 사례였습니다.
지금 K-POP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SNS 프로모션은 단순한 바이럴이 아닙니다. 세계관을 강요하지 않고, 억지스러운 ‘팬덤 몰입’도 아닙니다. 핵심은 ‘놀이할 수 있는 장치’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짜주느냐에 있습니다. 마크는 당근마켓에서 생활형 밈으로 대중과 접점을 만들었고, NCT WISH는 팬덤을 가상 기업 직원으로 설정해 몰입도를 끌어올렸습니다. TXT는 심리테스트로 연애 메시지를 체험하게 했고, KiiiKiii는 아트워크 감성으로 젠지를 사로잡았습니다. 키는 B급 점술관으로 밈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팬이 먼저 움직이고, SNS가 확산시키는’ 구조였습니다.
브랜드들이 여기서 배울 점은 사람들이 가볍게 참여하고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일상형 놀이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공식 계정에서 떠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퍼트릴 수 있는, 생활 속에 스며드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포인트죠. SNS는 도구일 뿐 화제의 시작점은 여전히 사람들의 손끝에 있습니다. K-POP은 그걸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WORK > Insigh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 AㅏㅇI들] 그림 그리고, IQ 올리고, MV에도 나오는 중? (0) | 2025.04.09 |
---|---|
[Digital In.sight] AI 친구, 진짜 친구를 대체할 수 있을까? (0) | 2025.04.03 |
[Digital In.sight] 귀엽고 무해한 것들이 사랑받는다, 캐릭터 마케팅 (0) | 2025.03.14 |
[Digital In.sight] AI, 우리의 내일을 위한 숨은 파트너 (0) | 2025.02.14 |
[월간 AㅏㅇI들] AI의 발전, 영상 업계가 달라졌다! (0) | 2025.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