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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People

[COPY ROOM] #1.반짝이는 아이디어 속 우직한 진심 / 정영상 CⓔM

 


반짝이는 아이디어 속 우직한 진심
정영상 CⓔM

 


 

 

 

광고인이라고 하면 으레 톡톡 튀는 개성과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정영상 CⓔM은 아이디어는 결국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끈기와 체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올해로 광고를 만든 지 19년째이지만 여전히 광고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품고 있는 천생 광고인, 정영상 CⓔM을 만났다.

 

 

 

▲정영상 CⓔM / Creative Solution 10팀

 

 

 

안녕하세요,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이하 CD) 정영상입니다. 저는 제작팀장으로서 팀원들과 함께 SK이노베이션, 롯데 주류, KT 등 여러 광고주의 광고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홍기획에 입사한 지는 2년 4개월 정도가 되었고, 카피라이터로 처음 광고 일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19년 차가 되었네요.

 

 

 

Q.지난해 <새롭게 답하다 시상식>에서 개인 그랑프리인 ‘2017년 Talent of the Year’를 수상하셨습니다. 수상에 큰 역할을 한 SK이노베이션 기업광고 에브루 편과 싸이매틱 편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SK이노베이션 기업 광고는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만 광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께서 ‘TV에서 봤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광고를 만든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해당 광고는 광고에 아트를 접목시킨, 이른바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 기법을 사용해 제작했어요. 사실 기업의 브랜드 메시지를 일반 소비자들이 궁금해하지는 않잖아요. 그럴 때 예술은 약의 쓴맛을 단맛으로 커버해주는, 당의정 역할을 하는 거죠.

 



아트버타이징 광고는 저도 이번 기회에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CD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가자’라고 결정을 내려주고 이끌어줘야 하는 존재인데, 저 역시 처음 하는 작업이다 보니 같이 헤맬 때가 많았어요(웃음). 그래서 오히려 팀원 모두가 ‘자기 광고’라는 애정을 더 많이 가지고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보니 상을 받을 때 좀 민망했습니다. 개인상이라고 이름 붙여져 있기는 하지만 팀원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SK이노베이션 기업PR 캠페인 'Big Picture of INNOVATION'(출처: SK이노베이션 유튜브)

 

 

 

Q.매번 새롭고 신선한 광고를 만드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죠.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는 이틀, 삼일 밤을 새우면서 아이디어를 찾기도 하는데 결국은 체력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걸 ‘엉덩력’이라고 부릅니다(웃음). 마감 기한은 정해져 있고, 체력은 점점 고갈되고, 그러다 보면 사람인지라 타협하기 마련이잖아요. 그 타협의 시간을 최대한 늦춰서 최상의 결과물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특별히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영감을 떠올리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한 다음 푹 익혀요. 그렇게 어느 정도 숙성한 후에 아이데이션을 하고, 또 다른 생각들을 모은 후에 익힙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여러 생각들이 어느 순간 딱, 하고 연결되기 마련이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행을 많이 가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처럼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많이 경험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결국은 다 자신의 무기가 되거든요. 저 역시 새로운 게 있으면 다 도전해보는 편이에요. 게임도 하고, 만화책도 보고, 고전문학을 다시 들춰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좋은 게 있거나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메모를 하고요. 대부분의 광고인은 아마 메모와 녹음 기능이 휴대전화 메인 화면에 있을 거예요. 하나라도 더 많이 경험하고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CD님이 생각하는 좋은 광고의 조건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누군가가 만든 말 중에 ‘옳은가, 쉬운가, 다른가’라는 말이 있어요. 저 역시 이 세 가지를 충족해야 좋은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광고주의 의도, 기획 방향, 시류 등이 맞아야 옳은 거겠죠.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늘 봐오던 익숙한 그림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요.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중상’ 정도의 광고는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Q.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해도 최상이 아니네요. 최상의 광고를 위해서는 뭐가 더 필요한가요?

 

하늘의 계시가 좀 필요합니다(웃음). 이전에 본 적 없는 정말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행운은 인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Q.그렇다면 어떤 광고인이 좋은 광고를 만드나요? CD님이 생각하는 광고인의 자질이 있다면?

 

저는 잘난 체를 잘하는 사람이 광고도 잘 만든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브랜드의 잘난 체가 바로 광고거든요. 광고에는 만드는 사람의 성향이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라, 잘난 체를 잘하고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광고를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저는 잘난 척을 잘하는 광고인은 아니에요. 제가 가진 광고인으로서의 강점은 광고에 대한 애정,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일을 한 기간에 비해 순수한 편이랄까요(웃음). 광고주와 소통할 때도 엄청난 달변이나 타고난 분위기로 설득하는 CD가 있는 반면, 저는 솔직하게 ‘내가 당신을 위해서 이만큼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쪽입니다. 저는 대홍기획에 오기 전에 열악한 환경의 광고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어요. 그때는 TV 광고 한 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여기서는 마음껏 그런 광고를 만들 수 있잖아요. 처음부터 좋은 환경에서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지, 더욱 현재에 감사하고 의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넘치는 의욕에 비해 체력이 달려서 문제지만요(웃음).

 

 

 

Q.광고에 대한 진심과 애정이 19년간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후배들에게도 뭐가 됐든 하나는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항상 얘기해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든, 광고주에 대한 애정이든, 팀장에 대한 애정이든…. 무언가에 애정을 가져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잖아요. 저는 예전에 광고주의 주식을 산 적도 있어요. 그렇게 하니 진짜 광고를 잘 만들어서 광고주가 대박나게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더라고요(웃음). 이건 농담 삼아 든 예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만의 동기부여 장치를 만드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트렌드에 민감한 광고인으로서, 올해 눈여겨보고 있는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표께서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을 나눠주신 적이 있어요. 초반에는 좀 의구심이 들었는데,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 책을 읽은 후에 사람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이 얼마나 묻어있나를 관찰하고 찾아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확실히 사람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제각각 갈라지고 외로워지면서 그런 경향이 더 나타나고 있고요. 광고 역시 그런 변화를 담아서 전반적으로 따뜻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뭔가를 앞서서 시도할 것인가, 아니면 다들 그 방향으로 가니까 아예 다른 뭔가를 만들어낼 것인가….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Q.마지막으로 앞으로 광고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항상 ‘정말 내 마음에 드는 광고 하나만 만들면 바로 그만둔다’고 말하곤 해요(웃음). 그런데 그 정도로 만족하는 광고는 아마 앞으로도 안 나올 거예요. 광고는 기획자뿐만 아니라 촬영 감독, 조명, 편집, 성우, 배우 등 수많은 사람의 힘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100% 내 마음에 부합하는 광고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그렇지만 누구 봐도 좋은 광고, “그 광고 좋았어” “그 광고 영향력 있었지”라고 말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습니다. 올 연말에는 그런 광고로 좋은 상도 한번 노려보고 싶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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