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찬용 / 칼럼니스트. <에스콰이어>, <아레나옴므플러스> 등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저서 <좋은 물건 고르는 법>, <요즘 브랜드> 외 다수.
영국의 짐샤크는 또 하나의 스포츠웨어 유니콘이자 브랜딩 전문가 혹은 마케터들의 꿈의 사례로 쓰이고 있다. 이 브랜드의 성장에 동화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피자헛에서 일하며 브랜드를 키운 뒤 짐샤크를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공하는 회사로 만들었다. 경쟁자는 나이키, 아디다스, 룰루레몬 등 무시무시한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였다. 짐샤크는 제품의 품질에 치중했고 기존의 마케팅 전략과 다른 방향으로 시장에 자리잡았다. 이들의 성공담은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세상에 간단한 성공은 없다. 짐샤크는 중요한 시기에 내려야 했던 결정의 순간에서 모두 맞는 판단을 했다.
재봉틀에서 유니콘까지
짐샤크의 시작은 소박했다. 창업자인 벤 프란시스는 1992년생, 짐샤크를 차린 건 19살 대학생 때였다. 컴퓨터를 전공해 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고,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좋아했고, 시급 5파운드를 받으며 피자헛 배달을 했다. 그는 좋아하는 피트니스를 하며 입고 싶은 옷을 파는 곳이 없어 직접 재봉틀을 샀다.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 온라인에 팔았다. 그 옷이 보디빌딩 시장에 진출하며 오늘날 짐샤크의 시초가 됐다.
짐샤크는 시작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부터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6년에는 연 매출 1억 파운드를 돌파했다. 이후 2020년에는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니콘 기업 중 하나가 됐다. 그런 만큼 성장 기세도 대단했다. 2013년 바디파워 엑스포에서 ‘럭스 트랙수트’ 출시 이후 매출은 하루 3백 파운드에서 30분 만에 3만 파운드로 폭증했다. 연 매출은 2021년 4억 파운드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니콘이 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크기의 개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들의 성공 비결로 가성비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자주 언급된다. 성능이 좋은 제품을 바탕으로 인플루언서를 기용해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브랜드는 세상에 아주 많으므로 짐샤크의 성공 비결을 그 정도로 정리하기엔 무안하다. 짐샤크는 적절한 순간, 적절한 판단을 했다. 어떤 판단은 전복적이었고, 어떤 판단은 고전적이었다.
짐샤크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은 전통적인 고정비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의류 생산과 유통을 전통적으로 하면 장치산업 수준의 고정비용이 든다. 짐샤크는 디지털화를 통해 이 고정비용을 해결했다. 이들은 D2C 모델을 채택해 중간 유통 과정을 배제했다. 고객과의 소통도 온라인으로 했다. 제품 생산에서의 공급망은 최소화시켰다. 물류 등 중요 요소들도 외주를 통해 관리했다. 물류 외주화 같은 건 정답이 없는 영역이지만 일단 짐샤크는 이런 결정을 내린 덕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들은 전통적인 고정비인 부동산비 역시 크게 절감했다. 짐샤크는 매출이 4억 파운드(약 7천억 원)를 넘은 뒤에야 최초의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이쯤 되면 매장이라기보다는 브랜드를 알리는 쇼룸이자 옥외 광고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브랜드 경험’ 같은 말을 하며 공간을 꾸리라고 하지만 짐샤크가 매출 4억 파운드를 넘은 뒤에야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질을 지키는 노하우
근력을 강화하고 체지방을 줄이듯 짐샤크는 사업의 각 영역에서 체지방적 지출을 줄여나간다. 같은 단백질을 섭취해도 헬스에 효율적인 단백질이 따로 있듯 이들은 광고 영역에서도 남달랐다. 짐샤크는 처음부터 헬스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기용했다. 스티브 쿡, 프란시스 은가누, 니키 블랙케터, 크리스 범스테드. 헬스인이 아니라면 낯설 수도 있으나 어차피 이들의 이름을 모른다면 짐샤크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이 넷은 적어도 팔로워 200만 명(니키 블랙케터), 많게는 1,600만 명(크리스 범스테드)을 가진 피트니스계의 월드스타들이다. 네 명의 팔로워 수를 합산하면 2,500만 명이 넘는다. 헬스인에게 헬스복을 입혔으니 일반 광고보다 적은 예산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밖에 없다.
건강에는 왕도도 없고 새로운 비결도 없다. 비즈니스도 그렇고 짐샤크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정의하기 나름이지만 짐샤크는 ‘기능성 헬스 의류 제조’를 업의 본질로 여겼다. 짐샤크에게는 처음부터 제품의 기능성과 스타일이 중요했다. 헬스웨어는 운동할 때 편하고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벤 프란시스는 처음부터 ‘자신들은 이 시장의 (생산자이기 이전에) 소비자’라고 여겼다. 그래서 짐샤크는 상대적으로 가격도 좋다. 고가 전략을 써서 ‘부티크 피트니스 캐주얼’ 느낌이 나는 룰루레몬에 비하면 짐샤크는 반값 수준이다. 가격에 예민한 젊은 소비자들이 짐샤크를 고를 만하다.
무엇보다 짐샤크는 시대를 탔다. 헬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술이나 담배처럼 수명을 깎아내는 쾌락을 추구하지 않는다. 20세기 사람들처럼 수명과 즐거움을 맞바꾸지 않는다. 그러자니 인간의 평균 수명은 길어졌고 경제 성장 수준은 만성적 불경기다. 장수시대에 대응하려면 젊을 때부터 운동이 필수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 추세를 따르고 있다. 시대의 변화가 그 자체로 짐샤크의 잠재시장이 되어 준 것이다.
모든 성공 비결은 정리하고 나면 간단해진다. 짐샤크처럼 모두가 입을 수 있고 진입 장벽이 낮은 의류 브랜드는 더 그래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짐샤크의 성공은 단순한 전략적 요소의 조합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홈런은 정확한 스윙과 평소의 단련과 훌륭한 타이밍의 조합이다. 앞서 짚은 짐샤크 성공의 다섯 요소인 고정비 절감, 부동산비 절감, 모델비 절감, 품질 그리고 시대적 흐름 포착도 마찬가지다. 이 모두가 정확한 시점에 판단하고 실행되어야 성공이라는 홈런으로 이어진다. 짐샤크의 사례는 기업 성공의 오묘함을, 성공에 이르는 단순성과 복잡성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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