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상하 /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 팀장. 디지털 신사업을 담당하며 IP 사업과 유튜브 웹예능 등을 기획 총괄한다. 저서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SNS에서 로그아웃하겠습니다
퇴근하며 컴퓨터 전원을 끄는 Z세대, 본인의 회사 자아를 로그아웃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마치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 기능처럼 공간별로 자아가 다르다. 현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공간별 자아가 다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같은 SNS라도 다양한 계정을 운영하는 Z세대가 많아졌다. SNS 자체에 공간을 나누고 어떤 건 취미 계정, 맛집 계정, 덕질 계정 등 본인이 좋아하는 것만 담은 콘텐츠로 온전히 채우는 것이다. 회사에서 로그아웃한 주말이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휴식 시간을 보내며 이를 SNS에 옮겨간다.
Z세대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경험을 소비하는 세대’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취미의 다양화라 하겠다. ‘취미가 뭐야?’라는 질문에 같은 답변을 듣기 어려울 정도다. 운동만 해도 테니스, 등산, 골프, 클라이밍, 풋살 등 여러 가지다. 한때는 SNS를 위한 사치라고 사람들에게 비난받은 적도 있지만 이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Z세대만의 특징이다.
또 그들에게는 ‘나’라는 존재가 굉장히 중요하고 특별하다. MBTI나 사주 등이 유행하는 것도 본인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본인을 파악하며 좋아하고 잘 맞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삶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과열되면 문제가 된다. 어느새 삶의 루틴이 된 SNS가 디지털 피로도를 높여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한다면 Z세대는 본인을 위해 SNS를 쉰다. 이제 ‘디지털 디톡스’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꾸’를 즐기는 현상
쉬는 날 집에 있으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숏폼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쇼츠, 릴스,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며 콘텐츠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이렇게 뇌가 끊임없이 자극적인 것을 찾는 현상을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이에 대한 문제를 자각한 Z세대는 도파민 디톡스에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머리는 쉬어도 몸은 쉬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중 하나로 다이소를 꼽을 수 있다. 참새의 방앗간과도 같은 Z세대의 다이소에는 없는 것이 없다. 다이소가 자리 잡게 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시즌별 상품을 잘 뽑아낸다는 점, 그리고 ‘꾸’의 유행이 크다. Z세대는 모든 것을 꾸민다. 수능 특강도 꾸미고, 응원봉도 꾸미고, 헤드셋도 꾸민다. ‘꾸미기 위해 뭔가를 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꾸’ 유행의 시작은 다이어리 꾸미기인 ‘다꾸’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되며 뭔가를 꾸미는 것이 문화처럼 번졌는데 이는 같은 유행템이라도 본인의 개성이 중요한 Z세대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길을 걷다 보면 가방에 인형을 주렁주렁 매단 ‘백꾸’의 모습이 흔히 보인다. 이런 키링은 기성품 보다 본인의 개성을 반영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모루인형이 대표적인 예다. 모루는 철사에 털실을 감아 만든 끈으로 이를 활용해 인형을 만들고 옷을 입히거나 액세서리를 부착해 나만의 스타일로 제작한다. 얼마 전 다이소에서 모루인형 키트가 판매되기 시작하며 그 유행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집 꾸미기에도 진심이다. 다이소에서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구매해 조명을 만드는 ‘쇠테리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감성 조명을 만들 수 있다. 비즈발을 만들어 집을 꾸미는 경우도 있다. 핀터레스트에서 마음에 드는 시안을 찾고 동대문시장에 가서 준비물을 구매한다. 이 과정이 귀찮으면 비즈발 키트를 구입할 수도 있다. Z세대는 휴식에 있어 쉬지 않고 움직인다. MBTI가 E인지 I인지 중요하지 않은 ‘꾸’의 유행은 개성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Z세대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쉬는 시간에는 새로운 사람 만나기
사회생활이 필요한 Z세대는 도대체 어디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물론 SNS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팔로우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흥미로운 계정을 발견했다. 디렉터 태쿠자라는 이름으로 ‘모르는 사람과 모임을 가져보았다’라는 컨셉의 모임을 주최하며 장소와 시간 등을 랜덤으로 공유해 만난다. 주제도, 나오는 사람들도 그때그때 다르다.
새로운 만남을 찾는 Z세대가 많아지며 연애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모임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주최한 2030 솔로를 위한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도 그중 하나로 경쟁률이 70:1 이상일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초대 기반의 단체 미팅 모임도 하나둘 늘며 기존에 없던 모임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취미를 함께할 사람을 모으는 경우도 있다. ‘201P’는 음악 커뮤니티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합주하고 공연하는 밴드를 같이 하는 플랫폼이다. 이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은 새로운 사람,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굳이 새로운 사람이 아닌 주변 지인과도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디지털 세상이라는 틀을 깨고 오프라인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하나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로켓(Locket Widget)과 같이 친한 친구와만 소통하는 폐쇄형 SNS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에 지친 Z세대에게 진짜 휴식이 필요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베드 로팅(Bed Rotting)처럼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오히려 디지털에 더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디지털과 한발짝 멀어진 Z세대의 휴식은 계속 변화하겠지만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도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며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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