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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D Note

바다로 출근해 숲에서 퇴근해요

 

글 브랜드&컨텐츠팀 강효정 CⓔM

 


 

조금 늦은 여름휴가, 여행지가 고민이었다. 여행지에서 꿀 같은 휴식을 즐기는데 업무 전화가 울리면 그 순간만큼은 없던 콜포비아가 생길 것 같고 단톡방 알림 메시지도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었다. 낮밤이 바뀌는 시간차 방어가 가능한 해외여행은 어려운 일정이었다. 눈치게임처럼 치고 빠지는 잠깐의 휴가 일정이라서 업무 연락이 올 것이 자명했다. 일을 하더라도 억울하지 않은 휴식을 갖고 싶었다. 그래, 이번 휴가 컨셉은 ‘워케이션’이다. 그렇게 바다로 출근을 했다.

 

일과 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워케이션

워케이션(Worcation),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 회사나 집이 아닌 워커가 원하는 곳에서 일과 휴가를 함께 누리는 근무 형태다. 팬데믹 이후 주거지와 사무실의 경계가 희미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원격근무는 보편화됐으며 유연근무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일하는 곳이 꼭 회사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의 변화가 여행지에서 쉬면서 인터넷과 노트북으로 원격근무를 하는 워케이션이라는 문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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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의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맹그로브 고성>. 일출 트래킹, 푸른 해변과 모래사장, 동해안 자전거길을 즐길 수 있다. / 출처 mangrove.city / 이미지를 좌우로 클릭해 더 보기 

 

건강한 라이프, 일상 속 영감을 얻는 새로운 업무 공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일을 하는 호사를 누려보기 위해 ‘맹그로브 고성’을 찾았다. 부동산 임팩트 디벨로퍼 MGRV가 운영하는 이곳은 ‘워크 스테이’를 표방한다. 원격근무자의 체류에 필요한 객실과 공유 주방, 세탁시설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특히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모션데스크가 있는 오피스 공간에는 바로 앞 해변을 시청하듯 볼 수 있는 유리 통창으로 일과 여행을 함께 하려는 체류형 여행자에게 만족감을 준다. 안마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한번씩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몰입해서 일을 하다가, 지치면 명상존에 들어가 바다멍도 할 수 있다.

로컬 워케이션 공간과 국내 워케이션 시장은 강원도가 선도하고 있다. 강릉과 속초 두 도시를 중심으로 워케이션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주변 인프라, 강원도의 적극적인 워케이션 환경 조성과 마케팅의 영향도 있다. 사무용 가구 브랜드 데스커가 만든 ‘데스커 양양 워케이션’과 로컬 크리에이티브 그룹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파도살롱’이 강원도를 대표하는 워케이션 명소다.

 

데스커 양양 워케이션 / 출처 deskerworkation.com

 

서퍼들의 천국인 양양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무용 가구, 그것도 책상과 서핑을 영리하게 연결시켰다. 데스커의 한 수다. ‘오늘은 해변으로 퇴근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했던 파도살롱은 시디즈·데스커 등 전문 오피스 가구를 비치해 일하는 공간으로 초점을 맞춰 공유 오피스의 본질을 유지했다.

호텔리어와 부동산, 공간기획자가 모인 워케이션 스타트업 디어먼데이는 경남 통영에 새로운 워크스테이션 스팟을 만들었다. 한 때는 통영극장이었고 30년 동안은 국민은행이었던 이 오래된 역사를 가진 건물은 지금 시대의 젊은이, 뉴워커들의 스팟으로 리모델링됐다. 온전히 혼자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업무 공간을 구성했고 강구안 포구를 내다보는 아름다운 오션뷰 등으로 워케이션 컨시어지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강릉, 속초, 양양, 경주, 통영 그리고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일찌감치 디지털노마드의 베이스캠프가 된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 워케이션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디어먼데이 / 출처 dearmonday.io

 

일과 여행의 조화, 새로운 경험 충족을 원하는 뉴워커들

워케이션 명소들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쾌적한 환경을 만들면서도 혼자가 아닌 함께 일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개방적인 오피스 형태를 갖춘다. 또한 일상과 다른 풍경에서 특별한 로컬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맛집, 동네 서점 등과 같은 로컬 브랜드와 협업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문화기획자와 손잡은 프로그램들로 다양한 로컬 라이프 경험들을 제공한다. 자체 소셜클럽을 운영하고 이용자 간 자연스러운 커뮤니티 형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물리적 공간의 기능을 넘어 ‘커뮤니티’의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을 하는 리모트 워크(Remote work)의 워케이션은 업무 환경 개선을 통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특화된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한국관광공사는 새로운 관광 산업의 유형인 국내 워케이션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했으며 이에 따라 지자체와 기업들의 관련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있다. 더불어 마케팅 트랜드 측면에서도 워케이션은 코로나 이후 일시적 현상이 아닌 향후 전 세계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컬의 특색 있는 경험을 원하면서도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원하는 워케이션 소비자의 특성을 활용한 기업과 브랜드의 연계도 커지고 있으며 그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 몇 기업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고 창의성을 촉진하기 위한 원격근무지(Remote Workplace)를 도입하고 있는 시대이다.

일과 여행의 분리가 아닌 일과 여행이 결합되는 워케이션, 소중한 휴식마저 침범되는 것 같고 또는 남의 호사스러운 사치처럼 치부되지 않으려면 워케이션이 생산성을 위한 도구나 휴식의 대체제가 아니라 업무 환경에 대한 새로운 선택권이자, 지금 이 시대의 뉴워커들이 필요로 하는 니즈와 트랜드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워케이션 트렌드는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겠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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