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시간을 쏟아 온갖 취미를 경험해보고 깨달은 게 있다. 나는 역동적인 활동보다는 조용히 앉아 무언가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 이처럼 다소 정적인 게 좋고 다수보다는 소수, 또는 홀로 즐기는 취미를 갖고 싶은 대홍인을 위해 다음과 같은 활동을 소개한다.
만들기가 주는 즉각적인 성취감
뜨개질 - 화려한 패턴의 뜨개 아이템을 착용한 현아나 송민호를 보면 뜨개템은 힙 그 자체다. 나 역시 현아를 상상하며 힙한 리본백과 모자를 떠봤지만, 어울리지 않는 건 고리타분하게 생긴 내 탓이지 뜨개 탓은 아니다. 여하튼 뜨개질은 주 장비인 실과 바늘이 몇 천 원 대로 저렴하고 유튜브에 강좌 영상도 많아 한번쯤 시도해보기에 부담이 없다. 사진 속 가방과 모자는 유튜브 <야닝야닝의 야매뜨기> 채널을 참고해 만들었다.
물레 도예 – 퇴근 후에 물레를 돌린 지도 5년, 도예를 통해 업무 스트레스의 대부분을 해소하곤 한다. 빚어지기 전의 흙덩이는 굉장히 단단하지만 물레 위에서 빚기 시작하면 그렇게 예민할 수가 없다. 까딱 한눈팔면 망쳐버리기 십상, 흐트러진 집중력이 기물에 여실히 드러난다. 도예는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면 가장 추천하는 작업이다. 온 신경을 손끝에 집중해 내가 원하는 두께와 높이, 크기와 모양의 기물을 하나 빚어놓고 캔맥주를 마시면 미래의 노년기가 그려진다. 내가 빚은 주병과 식기에 술과 안주를 내어 파는 멋쟁이 할머니가 될 거야.
레고 조립 – 레고는 진정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다. 앞서 말한 뜨개나 도예에 비해 회당 단가가 가장 비싼 취미라서 매년 하나 정도 구입하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레고 조립의 장점은 손재주와 무관하게 결과물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가이드북을 잘 보고 끼우기만 하면 건축가가 될 수도, 엔지니어가 될 수도, 슈퍼카 오너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주로 건전지를 넣어 움직이도록 조종할 수 있는 것을 조립하고, 자동차보다는 중장비를 선호한다. 내 차는 작고 귀여우니까, 레고라도 크고 멋진 거 몰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취미, 수집
인형 수집 – 수집은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다. 맞벌이 가정에서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된 나는 나이가 꽤 들어서까지 종이인형을 모았는데, 중학생이 되니 갑자기 창피한 마음이 들어 인형을 모조리 버리는 짓을 하고 말았다. 그 사건은 못내 후회로 남아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디즈니 베이비돌과 소니엔젤 피규어를 모으는 것으로 상실감을 채우고 있다. 인형이나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을 오타쿠라 칭하지 말라. 그 속엔 동심 그리고 외로움이 있다!
만화책 – 라떼는 동네에 만화책방이 더러 있었다. 만화는 자고로 흑백 종이를 넘겨가며 봐야 제맛! 어쩐지 웹툰이나 애니는 싫다. 현재 명탐정 코난, 천계영 작가 전집, 미생, 데스노트 등을 보유 중이다. 코난 덕후이지만 천계영 작가의 작품을 추천한다. 아직 <오디션>을 읽지 않은 대홍인이 있다면 기꺼이 대여할 의향도 있다. 한번 읽고 나면 작가의 전 작품을 구매하게 될 거라 장담. 만화책은 중고로 저렴한 가격에 많이 나와있으니 그 시절 좋아했던 만화책이 있다면 수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숨쉬기 다음으로 조용한 운동
요가 – 매년 요가원에 월급을 헌납하는 나. 등록은 꾸준히 하지만... 등록은 꾸준히 하고 있다. 한창 요가에 재미를 붙일 땐 집에서도 매트를 깔아놓고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했다. 추천 매트는 <만두카> 요가 매트. 10만 원대로 비싼 감이 있지만 저렴한 매트는 들뜸이 생겨 두 겹으로 분해되니 싼 게 비지떡이다. 추천하는 유튜버는 <요가소년>. 몸매 좋은 언니들의 영상은 괜한 박탈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구독하지 않습니다.
골프 – 요즘 가장 공들이고 있는 취미다. 아직 비기너의 입장으로 대부분 좌절과 분노를 느끼지만 어쩌다 한번 잘 맞는 그 맛으로 매진 중이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든다는 말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연습장에 가면 어디에나 대여 채가 있고, 레슨도 잘 찾아보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필드에 나가지 않더라도 스크린 게임만으로도 꽤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말인데 점심시간에 같이 스크린 가실 분 내선번호 283으로 전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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