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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Insight

[M Report] 이제 펫시장이다옹

 

글 심용주 / 반려동물 전문 스타트업 우주라컴퍼니 대표이사. SBS ‘TV 동물농장’ 등 동물 관련 프로그램에 자문·출연한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개와 고양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개는 멍멍이를 의도적으로 잘못 읽어 댕댕이로, 고양이는 야옹이의 확장판인 냥이로 바꿔 부른다. 일종의 언어유희인 셈이다. 호칭뿐만 아니라 지위도 바뀌었다. 경제적 지위와 가족 내에서의 심리적 지위는 2000년대 초반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져 지구상 제2인자의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의구심이 든다면 지금 당장 개와 고양이를 위한 프리미엄급 사료의 성분을 확인해보자. SNS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댕댕이와 냥이를 위한 생일파티를 열고, 해외여행을 함께 가며, 새로운 패션아이템으로 치장한 모습이 업로드된다. 그렇다. 진정 그들은 동네의 천덕꾸러기에 불과하던 과거를 깨끗이 넘어선 듯하다.

 

비거니즘은 기본, 펫테크까지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기업가의 요건으로 ‘동물적 본능’을 언급했다. 동물과 관련한 비즈니스엔 이러한 동물적 기업가 정신이 더욱 잘 어울리는 것일까? 지위가 바뀐 개와 고양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반려동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가장 흔한 분야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의식주와 관련된 부분이다. 무엇보다 동물의 경우 식(食)이 가장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한다. 단연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로 비건사료다. 최근 MZ세대 내에서 비건과 관련한 움직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비거니즘의 연장선상에서 개와 고양이를 위한 비건사료가 등장하고 심지어 각광받고 있다. 혹자는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정말 개 풀 뜯어먹는 소리가 맞다. 오히려 더 놀라운 것은 순수한 육식동물인 고양이를 위한 비건식도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좌) 개를 위한 비건사료를 판매하는 미국의 v-dog (우) 개와 고양이를 위한 비건사료 및 간식을 제작하는 영국의 Benevo / 출처 v-dog.com, Benevo 페이스북

 

가축을 싸고 빠르게 기르기 위해 발명된 사료라는 말 자체가 가족의 반열로 올라온 댕냥이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자는 맥락에서 생겨난 댕냥이용 ‘음식’ 제조 및 구독 서비스 역시 흥미로운 현상이다. 업체들은 고급스러운 식재료를 다양하게 조리해 댕냥이 미식가들의 입맛을 노린다. 아마존에서는 댕냥이를 위한 수십 가지 종류의 요리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댕냥이를 위한 화장실 또한 산업의 범주로 올라선지 오래다. 개는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 특별한 선호 체계를 가진다. 산책을 즐기는 견공들은 화장실을 들고 다닐 수 없기에 야외에서 생리적 욕구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책하는 개에게 화장실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비뇨기 계통의 건강문제를 체크해주는 개 전용 공중화장실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해외 대부분의 공항에 있는 여행하는 개들을 위한 화장실은 이미 고전적 이야기다.

 

(좌) 여행하는 개를 위해 공항에 설치된 화장실 (우) 배설물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고양이 화장실 / 출처 thebark.com, smartkitty.co.uk

 

고양이는 좀 더 예민하다. 모래가 깔린 화장실이 없으면 볼일을 잘 보지 못한다. 개에 비해 까다롭지만 특정한 장소에서 별도의 훈련 없이 용변을 해결하는 것은 이른바 집사의 입장에선 개이득 아니 냥이득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고양이용 화장실의 오랜 풍조는 크고 넓은 것 정도였으나 최근 십여 년 간 집사들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자동 화장실이다. 용변을 보고 나면 자동으로 분변을 치워주는 장치로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배변의 빈도와 양을 확인하고 비뇨기나 위장관 계통의 문제를 알려주는 AIoT 화장실도 개발됐다.

댕냥이를 위한 가구산업의 발전을 넘어 스마트기기의 발전도 눈에 띈다. 엠앤엠즈(m&m’s) 초콜릿을 생산하는 미국의 MARS가 소유한 휘슬(Whistle)은 개를 위한 스마트워치를 판매한다. GPS 트래킹을 통해 활동량을 기록하고 위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모니터링 결과를 그래프 형식으로 제공한다. 펫펄스는 웨어러블 스마트기기로 반려견의 음성을 분석해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들의 감정 상태를 알려주고 신체 활동을 기록해준다.

 

고양이용 웨어러블 헬스체커 CATMOS. 목걸이 형태의 디바이스를 통해 반려묘의 활동량, 디지털행동 마커(긁기, 핥기, 배뇨, 식음 등)를 인식해 질병과 관련된 변화를 추적 및 분석한다. / 출처 우주라컴퍼니

 

독일의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이 선보인 반려동물용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펫 프로 커넥트. 수의사가 화상전화로 반려동물의 모습을 관찰하며 증상을 진단하고 조언해준다. / 출처 Boehringer Ingelheim Animal Health USA Inc.

 

높은 수준으로 인간화되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 이 과정에서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종인 그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기술은 미래 펫 시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리 좋은 먹이와 침구, 장난감을 만들어도 그들이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지 혹은 처음엔 원했지만 질렸는지 등 선호 체계를 확인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동물의 행복과 슬픔, 지루함과 같은 마음을 이해하는 기술을 근간으로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방식으로 발전해갈 것이며 그런 기업이야말로 21세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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