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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D Note

내러티브의 광야에서

글 DDEx센터 브랜드익스피리언스셀 강효정 CⓔM

 


 

이미 식상한 주제일까 싶어도 지금 이 시각에도 벌크업 중인 ‘브랜드 세계관’에 대한 짧고 얕은 사유를 적어본다.

 

세계관의 근원, 강력한 서사의 힘

내러티브의 어원은 ‘말하다’ ‘서술하다’의 뜻을 가진 라틴어 ‘narro’와 ‘알다’ ‘친숙하다’의 산스크리트어 ‘gan’에서 유래됐다. 이야기를 수단으로 하되 그저 말하는 storytelling이 아니라 무언가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구조화해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내러티브는 소설, 서사시와 같은 언어적 영역은 물론 마임, 무용, 영상 등의 비언어적 부분에서도 ‘무언가를 알리고 친숙하게’ 하는 소통과 설득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담당해왔다. 태고부터 현재까지 인류에게 가장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며 인류적 감성을 바탕으로 특정한 관점이나 가치관이 반영된 서사가 내러티브인 것이다.

 

브랜딩과 만난 내러티브

 

브랜드를 알리고 친숙하게 하는 브랜딩에 내러티브를 접목하는 것은 필연적이겠다. 지난해 하이브 뮤지엄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밑줄 그어놓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책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BTS 세계관의 모티브를 얻었다는 <데미안>에 그가 메모한 글자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적잖이 충격이었다. 일상의 느슨함에 무언가가 파고들어 파사삭 금을 내는 순간이었다. 일종의 영감(靈感)이었다. 이렇게까지 연결될 세계란 말인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서사의 시작은 구조화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확장된 또 다른 세계를 열며 하이브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그들이 얼마나 브랜딩에 진심이었는가는 이미 유명해진 위 영상으로 대신해본다.

 

매료될 수밖에 없는 전략

스타벅스와 사이렌 / 출처 stories.starbucks.com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커피를 사랑한 일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스타벅스와 로고 사이렌. 사이렌처럼 사람들을 홀려서 자주 발걸음을 하게 만들겠다는 브랜드 스토리에는 스타벅스만의 정체성과 감성이 전달되는 내러티브가 있다.

‘내러티브는 문학적이며 예술적인 것, 신화적 원형에서 출발할 때 강력한 힘을 얻는다’ 김난도 교수가 내러티브 자본을 거론하면서 한 말이다. 내러티브의 뿌리는 상상력이며 이는 창의력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문득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상 속에서 의식하지 못한 채 브랜드로 둔갑한 이 신화적 원형을 마주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무려 꼬리가 두 개인 특별하고 매력적인 사이렌은 커피 마시는 영혼들을 바라보며 현생을 산다. 옴짝달싹 못할 강렬한 메두사의 머리는 베르사체가 됐고,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는 나이키가 되어 농구 코트를 가른다. 자양강장제 박카스로, 구찌 가방으로, BTS 노래로, 이제는 어느 비타민 영양제의 이름으로 부캐를 생성하게 될 줄은 디오니소스도 몰랐을 것이다. 샤넬, 애플과 같이 시대적 열망과 꿈, 정서적 감정이 담겨 신화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탄생된 브랜드들도 각자의 고유한 내러티브의 힘이 있다.

여기에서 브랜드 스토리와 브랜드 세계관의 차이점을 짚어보자. 브랜드 스토리가 사실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스토리텔링이라면 브랜드 세계관은 브랜드 스토리를 포괄하며, 소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개념 혹은 그 세계가 확장되는 과정을 거친다. 세계관은 사용자의 worldview,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의미와 가치를 담는 구조화된 담화가 된다. 거창한 철학보다 문화로서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일명 도른자 마케팅으로 호응을 얻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의 브랜드 의인화 과정이 재미있는 놀이 문화로 받아들여진 것처럼 말이다.

 

 

(좌) 문화적 소비를 추구하는 편의점 컨셉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 (우)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모빌스 그룹의 브랜드 모베러웍스에서 2021년도에 진행한 노동절 기념 워크숍 / 출처 @niceweather.seoul @mobetterworks

 

과거의 집단적 무의식을 소환하는 신화적 원형의 스토리에서 출발한 세계관이 아니더라도 소비자와 담론을 만드는 브랜드 세계관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 하얗고 뽀얀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맥주가 되고 파우더 팩트가 되는 것도 브랜드 세계관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현존하는 편의점은 더 이상 우리 세대에게 편의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나이스웨더, 이번엔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가져올지 기대되는 모베러웍스의 노동절 전시도 모두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계관을 선보이고 있다.

 

감정과 서사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다

비즈니스 산업과 분야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소비자의 니즈 또한 자유분방하고 변덕스러우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미디어 환경의 가속화, 파편화된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브랜드는 각자의 매력적인 서사를 중무장하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소비자가 드나드는 길목, 그 접점을 찾아 브랜드의 세계로 초대하고 경험하게 만든다.

구찌의 행보에서 답을 찾아보자. 얼마 전 오픈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은 오프라인 전시, 버추얼, 메타버스까지 소비자가 오가는 다양한 접점에서 오랜 시간 구축해온 구찌만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경험하게 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영감을 얻는 르네상스, 낭만주의, 공상과학 같은 대중문화의 시대적 내러티브를 몰입형 멀티미디어로 표현했다.

 

(좌) 구찌의 비전을 담은 몰입형 멀티미디어 전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중 버추얼 전시 (우) 오프라인 전시 중 9개의 공간을 메타버스로 구현해 제페토에서 선보인다. / 출처 gucci.com 클릭 시 이동

 

본래의 형태, 절대적 전형이라는 다분히 어려운 담론, 구찌가 만들어가는 시대정신을 ‘상상으로의 여정, 다감각적인 세계, 감정의 놀이터’로 메타버스에도 구현하여 글로벌 MZ세대를 초대했다. 

 

세계관의 생명력은 브랜드 팬덤에서

세계관은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기에 파편적인 메타포의 떡밥 혹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개방된 놀이터와 같다. 브랜드 세계관의 핵심은 고객에게 놀이터를 제공하고 함께 브랜드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얼마나 강력한 영감을 줄 것인가, 브랜드 전반의 활동을 관통하는 핵심가치와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촘촘하고 탄탄한 내러티브를 만들 수 있다. 세계관의 생명력은 어디까지나 내러티브를 즐기는 우리의 충성고객, 팬덤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메타버스 시대에 중요한 패러다임이 될 브랜드 세계관, 무한 확장될 내러티브의 광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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