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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Play

테니스를 위하여

 

 

매주 일요일 밤 12시 10분.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진다. 왼손 검지 손가락은 새로고침 버튼에, 입으로는 친구와 미리 공유해 둔 일정을 연신 중얼거린다. 랩탑 화면 한쪽에 열어둔 시계가 12시 10분으로 바뀌는 순간, 재빠르게 F5 버튼을 누르고 빛의 속도로 클릭질을 시작한다.

이런, 분명 빨랐다고 생각했는데 1초 컷이다. 시스템이 구리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빠르게 다음 일정 예약을 위해 마우스를 움직인다. 이번 주는 다행히 친구 덕분에 올림픽공원 실내 풀코트 구장 예약 성공이다. 오예!

 

 

2021년 초여름, 집 근처에서 실내 테니스장을 발견했다. 그 순간 마치 목적지가 그곳이었던 것처럼 함께 걷던 친구와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망설임 없이 주말 레슨을 등록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집으로 돌아와 일 년 반 동안 묵혀뒀던 테니스 라켓을 꺼내 DDP에 위치한 테니스용품샵으로 향했다.

탄성이 떨어진 스트링과 까맣게 때가 탄 그립을 교체하고, 모자와 테니스화도 새로 장만했다. 세상에 이게 뭐라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 현실은 아직 테린이지만, 다시 코트에 서면 라파엘 나달처럼 칠 수 있을 것 같아 허공에 백핸드, 포핸드를 휘둘렀다. 다시 취미생활 좀 시작했다고 이렇게 쉽게 들뜨는 걸 보니 그간 코로나 핑계로 오래 쉬긴 한 모양이다.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볼을 타구해서 넘기는 구기 운동이다. 상대방과 몸 싸움을 할 필요도 없고, 반대편에서 날아와 바운드되는 공을 라켓으로 쳐내면 되는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접해보면 생각보다 예민하고 빠르고 강렬해서 어려운 점이 많다.

리턴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임팩트가 제대로 걸리지 않아 엉뚱한 위치로 공을 보내게 된다거나, 힘이 과하게 들어가서 공이 코트 밖으로 날아가거나, 네트에 걸려 실점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빠르게 날아와 바운드되는 공을 제대로 쳐냈을 때 느껴지는 진동, 무게감, 손맛이 무척 좋다. 그 한방에 스트레스가 모두 풀리는 느낌이랄까!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테니스는 특히나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하면 할수록 퀘스트를 하나씩 깨나가는 느낌이 들어 레슨을 받을 때마다 항상 뿌듯하다. 될 것 같으면서도 안되고, 안될 것 같다가도 성공하게 되는 부분이 많아 밀당의 정점에 있는 운동이랄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아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같다.

 

2022 호주 오픈 경기 영상 / 출처 유튜브 캡처

 

실내에서만 해도 매력적이지만 이미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건 안 해본 게 없는 코시국인지라 자연스럽게 야외 풀코트에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 밤 12시 10분 혹은 매월 1일, 10일 오전 9시마다 반복되는 코트 예약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서울에서 원하는 코트 예약을 모두 실패하면 경기도 쪽으로 나가기도 하고, 가끔은 드라이브도 할 겸 춘천 구장까지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서울 테린이 오픈카톡방에서 랠리나 게임 메이트를 찾곤 한다. 아마 최근에 집, 회사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테니스장일 듯하다.

 

출처 H ground 인스타그램, 라코스테 홈페이지, 윌슨테니스 인스타그램

 

새해를 맞아 심기일전해보겠다고 라켓을 새로 장만했다. 인기 모델이라 꽤 긴 시간 입고되길 기다렸다가 구매서인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테니스를 향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이유 중 하나다. 봄이 되면 기모가 한껏 들어간 조거셋업을 졸업하고 산뜻한 테니스 옷과 용품도 질러야겠다. 당분간은 테니스에서 헤어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즐거움과 원동력을 얻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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