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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M Report

진화하는 크리에이터 경제

 

글 한정훈 / JTBC 미디어 전문 기자. 한국의 방송 규제 기관을 취재하며 미디어 산업과 컨텐츠 비즈니스의 변화를 추적해오고 있다. 저서 <스트리밍 전쟁> <넥스트 인플루언서> 외.

 


 

최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업계 화두 중 하나는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다.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스냅챗, 클럽하우스 등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확산되자 이곳에서 오리지널 컨텐츠를 올리며 팬들과 교감하는 이들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팔로워를 확보해 크리에이터가 되며 자신의 팬(팔로워)을 위한 컨텐츠를 제작해 스스로의 경제를 만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 동향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예측해본다.

 

크리에이터, 그들은 누구인가

크리에이터는 과거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매력이나 재능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크리에이터는 인플루언서보다 더 주체적으로 진화한 개념이다. 인플루언서가 인터넷 셀럽에서 만들어진 기업 마케팅 같은 관점이라면 크리에이터는 스스로 컨텐츠를 재생하며 경제를 만든다. 이것이 요즘 말하는 크리에이터 경제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크리에이터 경제 참여 인원은 전 세계 5천만 명이며, 미국 어린이의 미래 직업 선호도에서 유튜브 스타(29%)가 우주 비행사(11%) 보다 앞선 결과를 보였다(출처 signalfire.com) 급부상하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독립성, 창업주, 스타가 그것이다. 과거와 달리 플랫폼 의존적인 성향에서 벗어나 팬을 앞세워 자체 웹사이트, 앱, 수익화 툴을 이용하는 ‘독립성’과 자신의 팀과 컨텐츠를 기반으로 ‘창업’하는 크리에이터, 또 유튜브 스타가 아닌 ‘스타’의 지위로 유튜브를 이용하며 팬들을 몰고 다니는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는 것이다.

 

미국 크리에이터 시장 규모 / 출처 signalfire.com

 

생태계 조성과 수익 기반의 형성

크리에이터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거나 비즈니스 운영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늘고 있다.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독립 컨텐츠 제작자, 큐레이터 및 커뮤니티 구축 사업자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성장과 수익화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및 금융도 포함된다.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기존 팬덤 비즈니스나 소셜미디어 서비스 등과 다른 부분은 팬들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organic interactions)에 의해 구동된다는 점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틱톡 상위 7인의 인플루언서들은 2019년 한 해에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특히 Z세대 인플루언서들이 급부상하며 미국에서는 이들이 올리는 포스트의 평균 협찬 가격이 한 건당 520달러, 한화 60만 원이 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온라인 마케팅에 익숙해진 상황은 크리에이터의 힘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기술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지난 5월 광고 담당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68%)이 틱톡 인플루언서를 제품 판매에 활용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2월 16%가 틱톡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크게 상승한 결과다(미국 린기아 설문조사). 조사에는 163개 기업과 대행사가 참여했다. 관계자는 “스타벅스, 로레알, 크로락스 등 팬데믹으로 실적이 크게 상승한 기업이 응답한 만큼 의미 있는 결과다”라고 분석했다.

크리에이터 생태계 형성은 수익 기반도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에 단순히 홍보나 마케팅, 간접광고(PPL) 등을 통해 돈을 벌었던 크리에이터들은 스스로 구독 모델을 구축하고 후원이나 유료 행사도 열고 있다.

 

  • 광고 매출 쉐어(Advertising revenue shares)
  • 스폰서 컨텐츠(Sponsored content)
  •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
  • 후원(Tipping)
  • 유료 구독(Paid subscriptions)
  • 디지털 컨텐츠 판매(Digital content sales)
  • 상품 판매(Merchandise)
  • 축하 영상(Shout-outs)
  • 라이브와 버츄얼 이벤트(Live and virtual events)
  • VIP팬 만남(VIP meetups)
  • 팬 클럽(Fan clubs)

 

이런 다양성에는 크리에이터 경제 플랫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이 컨텐츠를 공급해 팬(팔로워)을 모으고 이들로부터 수익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는 중개 플랫폼들이다. ‘플랫폼 경제’로도 볼 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간 지위는 다소 수평적이다. 제공하는 컨텐츠와 목적에 따라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해 스냅챗, 트위치, 틱톡, 서브스택, 페트리온, 온리팬스, 클럽하우스 등 플랫폼도 다양하다.

 

본격 진입을 선포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페이스북, 스냅챗, 스포티파이, 구글 등 기존의 소셜미디어 서비스도 크리에이터 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창작자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지난 4월에는 인스타그램 CEO 아담 모세리와의 라이브 채팅에서 크리에이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능과 여러 툴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쟁이 심한 상황에 양질의 크리에이터를 최대한 확보해 자신들의 플랫폼에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하기 위해서다. 월간활성이용자(MAU) 등은 디지털 광고 매출에 가장 큰 지표가 된다.

 

 

플랫폼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크리에이터 펀드도 대거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무려 10억 달러를 크리에이터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다. 주로 크리에이터의 컨텐츠 제작을 돕는 지원금이다. 이들 소셜 기업들이 크리에이터 지원 대열에 합류한 것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일반 연예인보다 커지고, 일반적 셀럽보다 브랜드와 연관되거나 특정 세대에 관심이 높은 크리에이터에게 집중하는 마케팅이 효과가 높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유통업체도 크리에이터 경제에 가담하고 있다. 디즈니, 치폴레, 홀리스터와 같은 소매 대상 기업도 크리에이터 육성에 나섰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자사 플랫폼에 컨텐츠를 공급하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제품 홍보나 브랜드 강화에 도움을 주는 인플루언서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과거 브랜드 마케팅과 유사하지만, 단발성이 아닌 크리에이터 지원 플랫폼을 만든다는 점에서 다소 다른 접근이다. 롯데푸드가 개그맨 김신영의 부캐릭터 ‘둘째 이모 김다비’와 함께 돼지바 광고 아이디어 공모전을 펼진 것도 유사한 예다.

 

인플루언서에서 완성형 크리에이터로

크리에이터 경제에 뛰어들어 이미 기업이 된 ‘완성형 크리에이터’ 둘을 소개한다. 다멜리오 가족과 애디슨 래는 틱톡 스타에서 시작해 브랜드를 만들고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컨텐츠 포맷으로 구독자를 늘려 자신들의 경제를 만들었다. 스스로 컨텐츠 플랫폼이 된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의 OTT 서비스 훌루에서 방영하는 다멜리오 가족 다큐멘터리 / 출처 훌루 홈페이지 캡처

 

미국 코네티컷 교외에 살고 있는 다멜리오(DAmelio) 가족. 틱톡에서 춤추는 영상으로 화제가 된 막내 샤를르는 1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며 가족 모두를 스타로 만들었다. 소셜미디어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나 가족은 여러 가지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언니 딕시와 함께 화장품 브랜드 몰피와 계약을 맺었고 의류 브랜드 홀리스터와 함께 청바지 라인업을 출시했으며 샤를르는 미국 내 최고 스타들만 참석 가능한 슈퍼볼 광고에도 등장했다.

다멜리오가 과거 크리에이터와 차별화되는 점은 브랜드와 협업 등 보조적 지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다멜리오 가족은 자신들의 회사를 만들었다. 할리우드 유명 기획사인 UTA에서 유명 연예인을 관리했던 에이전트 그렉 굿프리드를 대표로 영입했고 소셜미디어를 관리하는 매니저와 직원도 뽑았다. 그 결과 다소 무질서했던 다멜리오의 수익 포트폴리오도 정비됐다. 다멜리오 가족은 이제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주류 미디어 컨텐츠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애니메이션 등 대중이 즐기는 거의 모든 포맷의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좌) 애디슨 래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시트콤 he’s all that (우) 애디슨 래의 뷰티 브랜드 ITEM Beauty / 출처 넷플릭스 캡처, @itembeauty

 

미국 루이지애나 출신인 20살 애디슨 래(Addison Rae)는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1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9월 틱톡 팔로워는 8천만 명이 넘어 전 세계 3위에 올랐다. 애디슨 래는 틱톡에서 시작해 주류 미디어를 평정했다. 지난 9월 넷플릭스와 다년간의 컨텐츠 독점 제작 계약을 맺어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계획이며, 최근 공개된 시트콤 ‘he’s all that’은 78개 국가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화장품 회사인 ITEM Beauty를 공동 설립했고 팟캐스트에도 진출해 스포티파이에서 어머니와 함께 방송한 ‘Mama Knows Best’가 청취율 역대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시작해 메인 스트림 엔터테인먼트 플랫폼까지 진출한 그녀는 과거 인플루언서들의 단점이었던 짧은 수명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끝에 완성형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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