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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대홍인의 사생활

다음 산행에서 만나요!

<대홍인의 사생활>은 대홍 크리에이터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진 에세이 코너입니다.

 

 

지난 주말, 산에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에, 일 때문에 지난 6월을 끝으로 등산을 가지 못해 4개월 만에 오른 셈이다. 산행을 마치고 다 같이 막걸리를 한 잔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나 좋은데 코로나 핑계대지 말고 운영진 둘이라도, 안되면 혼자라도 꾸준히 산에 오를걸. 잠시 쉬었지만 그런 김에 마음이 조금 해이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 에세이를 통해 의지를 다져보려 한다. 블로그를 빌미로 올리는 불곰산악회의 공개 다짐이랄까.

 

첫 번째 다짐: 더 많은 산에 다닐 것

 

불곰 깃발이 꽂힌 산이 더 많아지도록

 

등산도 쉬면 능력치가 떨어진다. 특히 이번 산행에서 너무 쉽게, 자주 지쳐버렸다. 오른 지 30분 만에 챙겨 온 물을 거덜내고 눈앞이 빙빙 돌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지금까지 다닌 산들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 잠깐 쉬었다고 체력이 약해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할수록 는다는 것. 지금껏 불곰산악회는 ‘어줍잖지만 즐거웁게 유유자적 대충 오르자’는 모토로 서울의 낮은 산을 골라 등산해왔다. 하지만 이제 나름 3년 차 산악회인데 연차에 걸맞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남은 2021년은 산의 높이를 올려가며 등산력(?)을 빌드업할 것이다. 그리고 2022년 새해엔 회원들과 한라산에서 외쳐야지. “불곰산악회, 한라산 완!”

 

두 번째 다짐: 더 멋들어질 것

 

티셔츠 제작을 위해 주최했던 ‘불곰그리기대회’ 우승작

 

가장 큰 숙제다. 더 멋진 불곰산악회를 만들고 싶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브랜딩이다. 적나라하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브랜딩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워서이다. 아직 그럴 깜냥이 되지 않아 민망스럽다. 회원들에게 불곰산악회 로고를, 티셔츠를, 양말을 만들겠다고 말한 지가 한참 됐는데 지지부진하다. 두 번째 다짐이야말로 공개적인 글로 박제해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게 셀프 공표해야 한다. 조만간 세상에 나올 불곰산악회 굿즈를 기대해달라.

 

세 번째 다짐: 그럼에도 꾸준히 할 것

 

불곰산악회는 이렇게 꾸준히 산에 오를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의 시대에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심산은 접어두기로 했다. 당장 멋있게 만들어낼 능력도 안되거니와, 마냥 다른 브랜드를 따라 하는 것에 급급해 그럴싸한 체는 하고 싶지 않다. 황새 좇다가 불곰의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다짐은 ‘꾸준히’ 하는 것이다. 꾸준히 이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오르다 보면 그 자체로 불곰산악회의 정체성이 쌓일 테니까. 함께하는 이들과의 경험과 공유에서 비롯되는 진정성, 이것이야말로 불곰산악회라는 브랜드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짐한다. 일단 꾸준히 할 것.

산은 늘 똑같다. 얼마 전의 산행은 산악회를 유지하기 위한 약간의 의무감으로 올랐다. 그런데 막상 산에 오르니 의무감이고 나발이고 산은 똑같이 나를 호기롭게 했다가, 지치게 했다가, 짜릿하게 했다. 어떤 마음으로 올라도 산은 나를 똑같이 대하는구나. 우리 산악회도 산 같았으면 싶다. 생업이 바쁘던, 날씨가 춥고 덥던, 마음이 울적하건 불곰산악회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산에 오르는구나. 올해 2월 ‘불금 대신 불곰을’ 에세이를 시작하며 한편으론 걱정도 있었다. ‘에세이가 끝나는 시점에 내가 불곰산악회를 안 하고 있으면 어쩌지?’ 하지만 마지막 에세이를 쓰는 지금, 불곰산악회는 여전하다. 그리고 이 글을 동기삼아 세 가지 공개 다짐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여전할 예정이다.

 

PS.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에게, 다음 산행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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