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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Insight

[M Report] 진정한 가치의 교환

 

글 김민석 /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한국준법진흥원 원장, 한양대 겸임교수. 환경과 마케팅, 지속가능경영을 공부했으며 다수의 기업에서 CSR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마케팅을 전공할 때다. 지도교수님께 다양한 마케팅의 개념과 사례를 지도받았는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마케팅은 가치의 교환이다. 마켓에서 가치를 교환하기 위한 마케팅이 이뤄지고, 때로는 마케팅을 통해 없던 시장(마켓)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상대방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가져올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행하고, 서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호교환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물론 뻔한 말이나 거창한 표현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후 지속가능경영을 주제로 연구하며 다시 한번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기업이 전하는 새로운 메시지

오래전 공부하며 배웠던 마케팅의 속성이 가치의 교환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다만 과거에는 기업에게 가치란 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가치. 예를 들어 편리한 기능, 아름다운 디자인, 가성비와 가심비 등을 채워주고 그에 대한 가치만큼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새로운 가치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국내 모그룹은 DBL(더블바텀라인)을 선언하며 앞으로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기업에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최근에는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금융권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관련 전담조직을 만들며,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만드는 등 이제 ESG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된 듯하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의미하는 단어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비재무적인 정보를 포괄하는 용어다. 과거에는 기업에 매출, 이익 등 재무적인 성과가 중요했으나, 이제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환경적, 사회적 영향과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거버넌스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대중의 판단 기준과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과거 ‘주주 자본주의’ 시대와 달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변함에 따라 마케팅의 역할과 기능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SG가 의미하는 것이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이다 보니 ESG 경영을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환경과 인사부서, 법무부서 등 각 기능 부서만의 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ESG의 본질을 알면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ESG는 투자자들이 투자할 기업을 선정함에 있어 ESG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도 중요하게 보겠다는 약속을 하며 널리 사용하게 됐다. 따라서 ESG는 기업이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주요한 관점이자 언어이며, 이제 기업이 사회와 소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된 것이다.

 

더 중요해진 마케팅의 역할

 

(위, 좌) 현대자동차 <그랜저, 2021 성공에 관하여 ‘상무님의 용기’> 편 (위, 우) LG전자 에너지스타 데이 홍보를 위한 에너지 고효율 가전 기부 (아래, 좌우) SK이노베이션 <하이이노베이션> 캠페인 / 출처 현대자동차 유튜브 캡처, LG전자 공식 홈페이지, SK이노베이션 공식 홈페이지

 

ESG 메시지를 전하는 기업의 사례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상무님의 용기’라는 영상에서 환경을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대차가 지향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했다. LG전자는 ‘에너지스타 데이’를 맞아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가전을 기부했다. 이를 통해 어워드 최고상인 ‘지속가능 최우수상’ 수상 및 제품의 에너지 고효율을 알려 기술의 우수성과 환경의 소중함, 재무적 효과를 동시에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하이이노베이션 캠페인’을 통해 단순히 기업의 ESG 홍보를 넘어 광고부터 친환경을 실천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를 보여줬다. 그중 ‘날아라 친환경 슈퍼보드’ 편은 최근 유튜브 코리아가 선정한 ‘브랜드 호감도를 높여주는 기업 PR 캠페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업의 홍보와 광고는 늘 그린워싱과 진정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데, 이 캠페인은 ‘그린 액티비즘’ 컨셉을 적용해 핵심 메시지를 홍보와 광고 분야에 적용하는 신선함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ESG로 마케팅하라, 단 투명하게

앞서 마케팅은 가치의 교환이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했다. ESG가 대세인 요즘, 마케팅을 통해 어떤 가치를 교환할 것인가는 각 기업의 몫이다. 제품의 성능과 특징 소개, 기업 브랜드에 대한 인식 개선에 이어 이제 해당 기업이 품고 있는 환경철학과 사회적 가치 창출 결과를 마케팅해야 한다. 하지만 늘 조심해야 할 것은 진정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기업은 신경 쓸 점이 더 많아졌다. ESG의 중요성을 말한 만큼 행동해야 하며, 행동한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ESG를 필두로 한 기업의 변화를 마케팅이라는 그릇에 어떻게 담아 사회와 소통할지 전문가들의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시장에서 진정한 가치를 교환하는 마케팅의 선한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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