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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M Report

마음을 읽는 개인화 마케팅의 시대

 

글 김유나 / 서울예술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대홍기획 빅데이터마케팅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디지털 마케팅,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한다. 저서 <디지털 융합시대, 광고와 PR의 이론과 실제> <스마트 광고 기술을 넘어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긴 연애에도 상대방의 마음 하나 잡기가 어렵고, 수십 년을 살아도 남편과 아내 마음 헤아리지 못해 다투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마케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개인화 마케팅’ 실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화 마케팅의 속내에는 개개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는 선언이 담겨 있다. 마케팅이 무엇인가? 고객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그동안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을 가져오기 위해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의 원리로 움직였다. 주는 만큼 받는 것이다. 개인화 마케팅의 시대, 마케터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야 할까?

 

데이터로 확인하는 개취

지금까지 마케터는 제품의 관점에서 자사 제품의 차별적인 매력(USP: Unique selling point)을 어필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제품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온·오프라인으로 파편화되면서 이제 과거의 접근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점점 마케터는 마음의 열쇠를 얻기 위해 제품이 아닌 소비자에서 출발해야 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소비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중요함을, 그 마음을 이해하는 일에 데이터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게 됐다.

 

 

이런 시류를 타고 하나의 고객에게 귀 기울이는 개인화 마케팅이 거대 플랫폼의 벤치마킹 사례를 참고해 다수의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은 상품 판매의 35%가 추천에서 발생하고, 넷플릭스 또한 매출의 80%가 추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은 1996년 ‘북매치(Book Match)’라는 서비스에서 시작했다. 고객들이 남긴 도서 평점, 피드백을 바탕으로 취향을 구분하고, 동일한 취향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예측해 추천한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인 시네매치(Cinematch) 역시 76,897가지 방식으로 컨텐츠를 세분화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고객 이탈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인다. 소위 고객의 ‘개취(개인 취향)’를 알아봐 주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취향 저격을 위해 아마존과 넷플릭스 등에서 사용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내용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 그리고 두 기법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기법(Hybrid method)에 기반한다. 협업 필터링은 사람의 유사성에 근거를 두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선호하거나 구매했던 상품을 나에게도 추천하는 방식이다. 내용 기반 필터링은 내가 선호하거나 구매했던 상품과 유사한 속성을 가진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기법은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섞어서 큐레이션 한다. 말이 취향이지 나와 유사한 사람들이 했던 행동이나 내가 과거에 반복했던 행동을 다시 권유하는 식이다.

 

 

한 단계 위로 적재적소에 접근하는 초개인화

최근에는 개인화를 넘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로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한 기술이 한 단계 더 진화 중이다. ‘초개인화’란 하나의 개인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루의 일상을 쫓으며 그때의 상황과 맥락에 맞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초개인화가 지향하는 마케팅의 최종 목적지는 ‘고객 경험의 최적화’라고 할 수 있다.

초개인화 마케팅을 주도하는 회사로 신한카드가 있다. 신한카드는 3년 전부터 전사적으로 초개인화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고객의 TPO를 정확히 예측해 필요한 시점에 최적의 맞춤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객 A가 지금 원하는 혜택과 서비스는 무엇일까?’를 파악하기 위해 성별, 연령 등의 인적 데이터 외에 결제 이력, 거래 위치, 거래 시간 등의 행동 데이터와 날씨 등의 외부 데이터 등을 모두 활용한다. 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2만 5천 개의 소비패턴을 정립한 뒤 고객이 원하는 혜택을 딱 맞는 타이밍에 원하는 채널에서 정확한 메시지로 자동 전달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출처 신한카드 홈페이지

 

대기업 외에도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행보는 더욱 다채롭다.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으로 인기를 끄는 지그재그는 크로키닷컴이 운영하는 B2C 여성 패션 마켓플레이스다. 동대문 기반 여성 패션 쇼핑몰 모아보기앱 컨셉으로 시작한 만큼, 네이버 등 포털에서 광고하는 여성 쇼핑몰 300여 개의 데이터를 크롤링해 자사몰과 연결하는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그재그가 택한 개인화 마케팅은 철저히 스타일에 기반한다.

지그재그에 링크된 쇼핑몰은 특성이 다양하다. 유저들이 쇼핑몰을 오가는 것을 확인해 유저의 성향을 파악하고 러블리, 섹시, 오피스룩 등 스타일 컨셉을 구성해 사용자를 매칭한다. 고객의 상품 클릭, 상품찜(상품 단위), 쇼핑몰 즐겨찾기(쇼핑몰 단위)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16개의 클러스터를 구성해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통 행동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다 보면 클러스터의 특성이 계속해서 변하게 되는데, 지그재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자의 행동패턴에 맞춰 실시간으로 형태가 달라지는 ‘다이나믹 클러스터(Dynamic cluster)’를 활용한다. 결국 고객은 힙스터를 좋아하든 러블리를 좋아하든 모두 ‘여기가 내 스타일’이라는 고객 경험을 하게 된다.

 

출처 지그재그 홈페이지

 

패션 외에 헬스 영역에서도 개인화 마케팅 도입이 활발하다. 다이어트 전문 기업인 쥬비스는 살찌는 이유가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AI 다이어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질, 환경, 식습관, 영양소 흡수력, 심지어 지방이 생긴 모양까지 다 다르고 직업, 나이, 성격 등에 따라 살이 찌는 이유도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쥬비스는 여기에 주목해 다이어트에 성공한 상위 25% 고객 데이터를 딥러닝 분석한 후 12가지 비만 유형, 6가지 지방 유형, 고민 부위, 체질별 살찌는 원인을 파악해 고객의 상태에 따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을 맞춤 서비스로 제공한다.

 

출처 구글플레이 쥬비스 앱소개

 

개인화 마케팅은 참신한 포맷의 제품 혁신마저 이끌어낸다. 올해 CES에서 로레알이 발표한 2021년 신제품은 인공지능 화장품 디바이스인 ‘페르소(Perso)’다. 페르소는 기초, 색조 등 다양한 화장품 대신 페르소 하나로 본인 피부에 최적화된 화장품을 만들어 쓸 수 있게 해준다. 매일 아침 모바일앱으로 개인 피부를 분석하고 온도, 습도, 자외선, 미세먼지 등 피부상태에 영향을 주는 환경 정보까지 확인해 본인의 화장 취향과 그날의 날씨 상태에 따라 선호하는 제형, 스타일에 근거한 제품을 제조해준다. 개인화 마케팅을 통해 당일 제조된 신선한 화장품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고객경험을 선보인 것이다.

 

출처 로레알 홈페이지, 편집 김유나 교수 / 클릭 시 영상 재생

 

인공지능이 한 길 사람 속을 읽을 수 있을까?

앞으로 개인화 마케팅이 적용되는 영역은 모든 산업군을 망라해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때 다양한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누가, 얼마나 긴밀하게 고객의 생활로 침투하는가’가 마케팅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바야흐로 고객의 시간, 장소, 정황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개인화 마케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한편으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집요하고 기계적인 리마케팅은 고객의 피로감만 유발한다는 것. 생활의 침투와 생활로의 흡수는 다른 이야기다. 침투는 스토킹과 다름없다. 고객의 삶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세세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고객들이 개인정보 공유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이해되는 지점이다.

최근에는 구매의 문맥에 기반한 개인화(Personalization)를 거쳐, TPO 기반의 생활 맥락으로 들어가려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에서 더 나아가, 본캐에서 부캐(부캐릭터)로 다변화되는 다개인화(Multi-personalization)로 화두가 옮겨가는 중이다. 즉 한 사람의 행동반경을 읽는데 그 사람이 어떤 맥락에 놓인 캐릭터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개인화 마케팅 성공의 중요 역량이다. 이쯤 되니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르는 것’은 인공지능도 쉽사리 깨기 어려운 벽이 아닌가 싶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개인화 마케팅의 시대. 이제 마케터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야 할까? 고객의 삶에 침투가 아닌 자연스러운 스며듦을 얻기 위해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것은 고객의 어려움을 알아봐 주고, 꾸준히 옆에서 듣고 해결해주려는 마케팅 본연의 자세일 것이다. 최근에는 SNS상의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속 성장하는 팬덤 마케팅이 디지털과 플랫폼 시대의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만큼 고객을 브랜드의 구매자나 사용자가 아닌 팬으로 등극시켜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사랑받기 원하는 만큼 우리 역시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을까. 개인화 마케팅이 고도화되어 가는 시점에 고객의 마음을 얻으려는 마케터가 염두에 두어야 할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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