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인의 사생활>은 대홍 크리에이터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진 에세이 코너입니다.
들숨 날숨 2박자씩, 초등학생 때 배운 오래달리기 호흡법이다. 이유도 모르고 익힌 버릇이지만 삼십 대인 지금도 매일 아침 이 호흡법으로 달리고 있다.
달리기, 가끔 살금살금 뛰긴 했지만 규칙으로 삼게 된 것은 “배가 나오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아내의 말 때문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 하는 말을 허투루 넘기면 안 되는 법이니 미세먼지가 최악이거나 비가 오는 날을 빼고 모조리 달렸다.
기록을 보니 매일 30~40분씩 매월 최소 17번은 뛰었다. 효과도 톡톡히 봤다. 식사를 그대로 하는데도 2kg이 빠졌다. 밤에 잘 자고 아침에 몹시 개운해지니 몸에 활력이 깃들어서 찌뿌둥하거나 쭈그러든 축구공처럼 처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달리는 동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머리가 비워져서 좋다.
이제 내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달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는 출근 전까지 꽉꽉 채워서 자고 점심시간엔 처져있기 일쑤였다. 저녁에는 하루가 아쉬워 늦게 잠드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취미가 된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어른이 되었고 그저 많은 날을 살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삶의 불안정과 지침을 견디는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은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별되는 새로움을 찾는 일은 삶에 내장된 입체감을 회복해주고 존재에 힘을 실어준다. 즉 ‘산다는 것은 늘 그런 것’이라는 식민주의적 상투어에 저항하게 해준다.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첫 단계는 자신에게 좋은 규칙을 부과하는 것이다.
마침 오늘 ‘선구매 후보고’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샀지만 허리가 작아서 난감했던 청바지가 쏙 들어가더라. 계속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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