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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D Note

님아 그 재능 좀 나눠주십시오

 

글 CR6팀 카피라이터 최예솔 CⓔM

 


 

‘어째서 또 당신입니까?’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처음엔 감탄, 그것이 계속되면 동경과 흠모, 내 기분이 별로인 어떤 날에는 무력감까지 선사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만들어내는 작품마다 여지없는 환희를 안겨주기에 기꺼이 찬사를 보내고 싶은 어나더 레벨의 거장들. 오늘은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어떤 분야의 감독인가 하면 영화, 뮤직비디오, 광고 세 분야를 멀티풀 하게 혼자 다 씹어 드시는 대감독님. 필모를 훑다 보면 이건 뭐 철인 3종 경기인가 싶을 정도로 막강한 체급임을 직감하게 되는데, 그들의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며 다 같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시간을 가져보자.

 

SPIKE JONZE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스파이크 존즈다. 광고계에서 이미 대부쯤 되는 그의 광고는 굳이 동영상을 첨부할 필요도 없이 “왜 그 광고 있잖아요”라며 한 줄로 모두를 알아차리게 할 수 있다. 집에서 춤추는데 컬러풀한 벽이 늘어나는 Apple Homepod 광고, 초록 원피스 입은 여자가 호텔에서 기이한 춤을 추는 Kenzo 광고, 비 오는 날 집 밖에 램프를 가차 없이 버린 IKEA 광고 – 사진을 넣기 귀찮아서 텍스트로 때우는 건 절대 아니다.

그는 영화 <her>와 <존 말코비치 되기>를 감독했다. 필모를 보면 예상되겠지만 그의 연출은 어딘가 기이하면서도 독특한 세계관과 유쾌한 바이브가 있다. 이는 뮤직비디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위저, 아케이드파이어, 칸예웨스트, 비스티보이즈 등 다양한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특히나 다프트펑크의 <Da-funk : Big City Nights> 뮤직비디오는 꽤나 유명한 작품인데 도시에서 소외당하는 비주류의 군상을 담아낸 단편영화 같으니 한번 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팻보이슬림의 <Weapon of Choice> 뮤직비디오도 유명한데, 그의 겐조 광고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스파이크 존즈의 광고는 워낙 유명한 것들이 많아서 소개할 작품을 고르기가 오히려 더 힘들었다. 그래서 그의 초창기 광고를 가져와봤다. 1999년 Y2K 버그 루머가 전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 Nike에서 만든 광고다. 이 광고를 안다면 조금 연배가 있으실 거고 연배가 없어도 아신다면 그냥 축하드립니다.

 

SAMUEL BAYER

이 분을 소개하고 싶어 이 주제를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나이트메어>의 감독인 사무엘 베이어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실 90년대, 2000년대 뮤직비디오를 휩쓴 인간 MTV라고 부를 수 있다. 너바나, 롤링스톤즈, 그린데이, 데이비드보위, 마이클잭슨, 메탈리카, 마릴린맨슨, 스트록스, 마룬5 등 당대 최고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족히 100편 넘게 디렉팅했고 뮤직비디오와 함께 요즘 말로 떡상한 명곡들이 탄생했다. 특히 My Chemical Romance의 ‘Welcome to the black parade’는 죽음을 목전에 둔 화자와 장례행렬을 장엄한 미장센으로 연출한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베이어의 광고 또한 하루 만에 다 보기 힘들 정도로 많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컨버스, 리복 등 스포츠 브랜드를 모두 격파한 다음 자동차, 음료, 주류 등 웬만한 글로벌 브랜드는 다 섭렵하셨다. 물리적으로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다작을 했지만 명작 또한 많다. 그중에 소개하고 싶은 광고는 하남자 감성을 제대로 그려낸 Bud Light의 광고다. 슈퍼볼을 앞두고 스티비원더에게 상대편 팀이 지기 위한 저주를 주문한다. 여담이지만 그는 이 광고로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한번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미신은 존재하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추천하고 싶은 광고가 한 편 더 있는데, 사무엘 베이어는 아래의 컨버스 광고에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I think advertising can sometimes be a real art form.

This is one of those times where it all came together’

나는 광고가 때때로 진정한 예술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광고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인 시간 중 한 때입니다.

 

 

사무엘 베이어는 다작의 왕답게 인스타도 열심히 하신다. (@samuel__bayer) 그의 인스타에서는 지금까지의 작업물과 비하인드 스토리, B컷들을 볼 수 있다. 그림도 열심히 그리신다. 정말 지치지 않는 아저씨다.

 

MICHEL GONDRY

대중에게 잘 알려진 창의력 대장님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한 편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수면의 과학>, <무드 인디고> 등 환상적이면서 초현실적인 미장센이 딱 봐도 광고 잘 만들 것 같은 필모를 가졌다. 미셸공드리 역시 뮤직비디오의 대가다. 라디오헤드, 롤링스톤즈, 폴메카트니, 케미컬브라더스 등 굵직한 뮤지션과 협업했으며 특히나 비요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방가르드 장인인 비요크는 일찌감치 미셸공드리를 점찍었다. 그녀는 <이터널 선샤인>이 세상에 나오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 편의 비디오를 공드리와 함께 하고 있다. 공드리의 광고 또한 명작이 많다. GAP, 에어프랑스, 나이키, 코카콜라 등 알려진 광고가 많지만 오늘은 그의 오래전 광고를 소개할까 한다.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센세이셔널한 이 리바이스 광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광고상을 받은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오래된 광고라 좋은 화질을 구할 수가 없었다. 흐린 눈을 하고 보시면 괜찮다.

 

 

개인적인 사견을 덧붙이자면 영화감독은 서사를 쌓아가는 작가적 관점이, 광고감독은 영화에 비해 비주얼리스트의 역량이, 뮤직비디오는 그 중간 지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깝고도 까마득히 먼 각각의 분야에서 한결같은 두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이지, 광고 전문 감독님들보다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저는 각박한 주문 속에서 미션을 해내고야 마는 대한민국의 광고감독님들을 가장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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