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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AD Note

[AD KEYWORD] 광고의 시작_인쇄광고 스페셜

 

또 한 번 새해다. 연속된 시간의 흐름을 지혜롭게 365개의 날로 분절하고, 그 수백의 날들 중 하필 오늘을 1월 1일로 기념하게 된 이유는 율리우스 덕분이다. 수천 년 전 율리우스가 내린 그 결단-지금의 1월 1일을 1년의 시작으로 지정한-덕에 전세계인들은 한날 한시에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되었다. 인류만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 고양이도, 고향에 있던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그리고 사랑 받는 브랜드들도 한 살을 먹는다. 그리고 덩달아 광고도 한살 나이를 먹었다.

 

광고의 탄생과 최초의 광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기원전 이집트에서 커다란 바위에 왕의 이름을 새긴 것을 인류 최초의 광고로 보는 견해부터, 15세기 경 영국의 한 교회 앞에 붙었던 전단 광고를 첫 번째 상업 광고로 인정하는 입장까지. 하지만 오늘은 후자의 입장을 채택하여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광고’라고 칭할 수 있는 최초의 상업 콘텐츠는 분명 인쇄물이었기 때문이다.

 

15세기에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새해를 거치면서 상업광고도 하나 둘 나이를 먹고 있다. 광고가 나이를 먹으면서 광고형태의 세대는 전면 교체되었고, 인쇄광고의 영역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그러나 규모의 감소가 결코 쇠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쇄광고물의 총량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세계를 매료시키는 수준 높은 인쇄광고들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하나는 기념하고 넘어가야 하는 새해. 광고가 더욱 나이를 먹기 전에 오늘날에도 굳건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인쇄광고들을 함께 되짚어보려고한다. 거대했던 이집트 문명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언젠가 인쇄광고도 영영 자취를 감출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Welti - Furrer, Andy Warhol Campaignign

 

 

 

반 고흐의 그림을 가장 사랑하는 이는 누구일까. 프리다칼로, 살바도르 달리, 앤디워홀의 작품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는 누구일까. 답은 명확하다. 스위스의 미술작품 전문 운송업체 Welti-Furrer에서는 세계의 거장들이 택배기사의 복장을 하고 본인의 작품을 다루는 모습을 인쇄광고로 제작했다. 푸른 색의 카라티를 입고 본업-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나르는-에 열중하고 있는 그들의 첫 인상은 다소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찬찬히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나중에는 어딘가 성스러움이 느껴진다. 본인보다 자신의 작품을 소중하게 여길 이는 없다-라는 보편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역할을 정확하게 연출하는 기술, 이것이 바로 인쇄광고의 미덕이다.

 

 

 

 

 

McDonald's The All Nighters 

 

 

 

인쇄광고는 자고로 과묵해야 한다.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애쓰다 보면 정작 꼭 전하고 싶었던 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버리기 때문이다. 태국 맥도날드의 The All Nighters 인쇄 캠페인은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점잖은 태도로 메시지를 암시한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도심, 맥도날드의 로고만이 선연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잘 다듬어진 영화의 시퀀스 같기도 하다. ‘24시간 매장을 오픈합니다’라는 다분히 영업적 사이드의 메시지를 이보다 더 감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24시간동안 매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광고 이면에 묻고, 고요한 도심의 간략한 비주얼 워크로 함축한 이번 캠페인은 2018 칸 광고제를 비롯하여 스파이크 아시아, 클리오 등을 휩쓸었다.

 

 

 

 

 

Nissin, Milk Seafood Print

 

 

 

1초에 수십 프레임을 지니고 있는 영상광고와 단 한 장의 프레임 안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인쇄광고. 두 광고물의 하중을 비교해보면 어느 것이 더욱 무거울까? 무심코 영상광고라고 답할지도 모르지만 광고를 만드는 이의 입장에서는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한 장의 인쇄광고가 탄생하기까지 그 사이에는 클라이언트와 제작자의 고민이 겹겹이 점층되어 있다. 그리고 닛신에서는 그 무거운 고민을 가장 가벼운 형태로 솔직하게 세상에 선보였다. 클라이언트와 주고받은 여러 번의 수정과정을 가감 없이 소비자에게 공개한 이번 인쇄 광고는 SNS에서 수많은 아트디렉터와 디자이너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Magnum Pleasure Icon Campaign 

 

 

 

때때로 인쇄광고는 잘 만들어진 미술품과도 견줄 수 있을만한 작품이 된다. 2018 칸 국제 광고제 디자인 부분에서 브론즈를 수상한 매그넘의 인쇄광고가 그렇다. 아이스크림을 오브제로 삼아 리드미컬한 색감의 강렬한 일러스트로 완성된 이번 광고는 인테리어용 액자로 걸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는 방법은 더 다양해졌지만,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컬러와 감성을 가장 선명하게 기억시키는 방법은 여전히 단 하나일지도. 딱 한 장의 이미지일지도.

 

 

 

최초의 광고가 탄생한 이후, 급격히 발달한 인쇄술과 함께 광고산업은 더욱 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영상 광고로, 테크놀로지로, 경계 없는 콘텐츠로. 자유로이 사방을 넘나드는 지금, 광고의 나이는 청년기일까. 아니면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을까. 어쩌면 벤자민 버튼처럼 광고라는 분야도 시간을 거슬러가며 거꾸로 나이를 내뱉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광고가 몇 살이 되든 인쇄광고 영역이 거대한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스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초의 광고가 세상에 놀라움을 줬던 그때의 순간처럼.

 

 

 

박수진 CⓔM / 크리에이티브솔루션 1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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