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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GING/Insight

[M Report] 미디어 파사드, 공간을 전환하는 힘

 

글 김신엽 / Digital Signage lab 소장,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디지털 대행사와 종합광고대행사, 브랜드 매니저로 이어지는 경로를 거쳤다. 부산국제광고제를 통해 AD:TECH 컨퍼런스를 기획했으며(2016~2018) 디지털 마케팅, 옥외광고의 디지털 전환, 트랜스미디어와 광고 융합이 주요 연구 분야다.

 


 

세계 최초의 미디어 파사드는 성서의 이야기가 그려져 중세 유럽 교회를 장식했던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가 아니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의미를 전달하는 ‘미디어’ 그리고 건물 정면 및 거리와 접하는 입면을 말하는 ‘파사드(Facade)’ 관점에서는 맞다. 하지만 미디어와 파사드의 합성어인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구조물에 LED 패널을 부착하거나 프로젝터를 이용해 다양한 컨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것을 말하며 동적 움직임과 가변성을 특징으로 한다. 광원 설치 유형에 따라 크게 LED 패널 설치 혹은 프로젝터를 활용한 컨텐츠 표출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비교적 최근 형성된 개념으로 아직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사전적 정의가 없는 상태다. ‘건축물 장식조명(Light architecture)’, 도시 공간 내의 디스플레이와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의미하는 ‘어반 스크린(Urban screen)’ ‘전광판’ ‘디지털 사이니지’ 등 관련 용어와 범위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건축물 장식조명과는 컨텐츠의 역동성에서, 어반 스크린, 전광판, 디지털 사이니지와는 건물과의 일체성에서 차이를 둔다.

미디어 파사드는 1982년 개봉된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가 전해준 강력한 영감을 실재(Existence)로 나타내기 위한 노력은 일본 도쿄의 큐프런트 빌딩(1998), 뉴욕 타임스퀘어의 나스닥 빌딩(1999)을 비롯해 세계 각지로 확대되어 미디어 파사드라는 새로운 기법이 탄생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미디어 파사드 / 출처 https://youtu.be/M2aRK1SMQes 화면 캡처

 

국내 최초로 미디어 파사드가 적용된 사례는 2004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이며 그 뒤를 이어 시청역, 삼성화재 빌딩, 역삼동 GS타워, 서울스퀘어 등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경복궁 등의 문화재 건물과 지역 관광지에도 활용되어 재미있는 상상을 전한다.

 

평소 미디어 아트를 표출하는 외관 조명 제어시스템을 3rd 파티 데이터(미세먼지 정보)와 연동해 상황인지 기능으로 개발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장소와 의미를 결합하다

미디어 파사드가 옥외의 다른 디지털 미디어와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장소성’이다. 장소성이란 어떤 장소를 인식하는 특별한 기억의 재구성으로 우리가 해당 장소에서 체험했던 사건의 의미와 정서를 말한다. 이를테면 ‘서울 종로구 대학로 120 혜화역 4번 출구’와 ‘연인을 만나고 헤어졌던 혜화역 4번 출구’의 의미와 정서는 다를 수 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과 컨텐츠가 융합되는 체험(신기성)을 통해 컨텐츠 수용 의도를 높이고 장소를 주목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 미디어 파사드의 장소성은 주변과 하나의 맥락을 만드는 주목성으로 이어져 랜드마크 효과를 유발한다. 이는 도시경관 및 지역 명소화 등의 사업에 활용되며,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녹여내 눈길을 끈다.

 

 

그중 강남구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사업의 하나로 2018년 3월 광고 미디어가 설치된 삼성동 SM타운 미디어 파사드는 곡선 형태와 감각적인 컨텐츠 연출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 9월 중국 청두에도 유사한 형태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 미디어 파사드의 장소성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미디어 파사드는 디지털 기술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공공예술을 선보이며 문화산업 및 미디어 컨텐츠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이네켄은 새로운 캔 디자인을 해석한 예술적인 컨텐츠와 모바일과 연동된 증강현실(AR) 환경을 통해 신선한 감각을 전할 수 있었다.

 

 

또 미디어 파사드의 장소성은 공간 자체의 경험을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청중과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꾀하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음료 브랜드 ‘Contrex’ 및 한국코카콜라의 ‘마음을 전해요’ 캠페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밖에 동시적 공간 주목 경험을 활용한 넷플릭스의 ‘6 언더그라운드’ 홍보 캠페인은 건물 외관을 일시적인 미디어 파사드 형태로 구현해 큰 관심을 받았다. 어쩌면 미디어 파사드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해킹한 핵버타이징(hacking + advertising)의 또 다른 사례가 아닐까.

 

 

미국 옥외광고협회(OAAA)는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파사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몇 가지 제시했다. ① 디지털 채널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② 실제 체험을 유발하는 디지털 옥외미디어를 통해 브랜드를 각인시킨 후 ③ 다시 디지털 채널을 통해 경험을 확산하는 3단계 전략이다. 단, 디지털 채널을 통한 옥외미디어 경험의 확산은 간접경험이기에 해석의 방향을 함께 제시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확산은 서로가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또 다른 장소성을 획득하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장소성은 미디어 파사드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 파사드의 장소성은 무채색의 공간을 창의적 경험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광장을 만드는 힘으로 갤러리아 백화점 사례처럼 정보가 연결되고, 하이네켄 사례처럼 미디어가 연결되며, 넷플릭스 사례처럼 동시적 감각을 경험함으로써 디지털과 현실이 융합되는 사회적 반응공간(Social responsive environment)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참고]

미디어 파사드의 개념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정의의 부재함, 혼용되는 용어의 사례는 [이승지·박현찬(2016), 서울시 미디어파사드 설치현황과 관리방향 설정연구, 서울도시연구, 17(2).] [안용준·지남석(2018), 세종시 미디어 파사드 도입방안, 대전: 대전세종연구원]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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